매일신문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드루킹 게이트' 까도 까도 나오는 의혹들

여당 실세 연루·경찰 불신 국내 최대 포털 신뢰 추락, 검찰도 법리 검토에 돌입

24일 오전 드루킹 댓글조작이 일어난 현장으로 지목된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앞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드루킹 댓글조작이 일어난 현장으로 지목된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앞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13차 의원총회에
24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13차 의원총회에 '드루킹 게이트'라고 인쇄된 홍보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포털사이트 댓글 여론 조작 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을 둘러싸고 의혹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핵심 피의자 드루킹 김모(48'구속) 씨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실제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사건 진상을 규명할 특별검사제 도입을 놓고 격돌하면서 정국은 대혼란에 빠졌다. 장외에서의 논란을 특검으로 이어가려는 야권의 공세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여당 실세 거물급 정치인이 연루된데다 경찰에 대한 불신,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댓글 문화 등과도 관련돼 있어 수사 결론이 어떻게 나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이번 사태의 진행 과정과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드루킹 사건이란?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사의 댓글 여론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의 공감수가 조작된 게 아니냐는 것이 민주당의 고발 이유였다. '네이버'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본격 수사에 들어가 지난달 21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느릅나무출판사에서 김 씨 일당을 체포했다. 더욱이 '드루킹'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친노'친문 파워블로거로 밝혀지면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 씨는 네이버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성 댓글에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활용, '공감'을 클릭하는 수법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된 상태다.

김 의원과 김 씨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자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경찰 수사로 김 의원과 김 씨 사이에서 메신저 대화가 오간 사례가 계속 확인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실제로 어떠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종합하면 드루킹과 김 의원 간 일대일 메신저 대화방은 최소 4개로 추정된다.

드루킹이 지난 3월 구속되기 전까지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 의원에게 3천100여 개 인터넷 기사 주소(URL)가 담긴 메시지 115개를 보낸 비밀대화방이 그중 하나다. 이 대화방의 메시지는 김 의원이 전혀 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드루킹은 앞서 2016년 11월부터 김 의원에게 비밀이 아닌 일반 대화방으로도 메시지를 발송했다. 김 의원은 이 대화방에서 드루킹에게 기사 URL 10건과 "홍보해주세요" 등 내용이 담긴 메시지 14건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사안과 풀어야 할 의혹

매크로 사용이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댓글 조작에 동원했다면 여론 조작으로 엄연한 불법행위가 되기 때문에 드루킹 사건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또 드루킹은 본인이 운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을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김 의원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은 '인사청탁' 의혹으로 커졌다.

경찰이 휴대전화 등 증거 분석을 계속하는 상황이긴 하나 지금까지 확인된 두 사람의 메시지 대화를 볼 때 김 의원과 드루킹이 단순한 정치인-지지자 관계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일각에서 나온다. 드루킹이 인사 추천 무산에 불만을 품고 김 의원에게 협박성 발언을 계속하자 김 의원이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드루킹이 추천한 인물을 백 비서관이 직접 만나기까지 한 것도 통상적인 일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인사 '청탁'인지 '추천'인지에 대한 사실관계, 이를 둘러싼 김 의원과 김 씨의 관계 또한 풀어야 할 의혹 사안이다.

드루킹 사건은 돈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건의 양상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김 의원 보좌관과 경공모 사이에서 500만원 금전거래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이 돈의 실체가 경찰 수사에서 어떻게 확인되는지에 따라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돈을 전달한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개인적인 채권 채무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가성이 드러난다면 상황은 급변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금전거래 성격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조만간 김 의원 보좌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소환 시기를 검토 중이다. 돈의 실체를 놓고 일각에서는 '또 다른 청탁용 보험성 자금'이라는 등의 해석도 나오고 있어 경찰은 김 씨가 돈을 어떻게 전달했는지도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검으로 이어질까

현재 정치권은 드루킹 사건에 대한 사실 관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 도입'을 놓고 양분된 모양새이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드루킹 대치로 꽉 막힌 정국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회 정상화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이 추진한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는 첨예한 여야 대립 끝에 결국 무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파장이 커지면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채 검경의 수사가 종료되면 정국이 냉랭한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은 24일 김 씨가 운영한 느릅나무출판사의 운영자금 출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경찰은 앞서 김 씨가 운영한 경공모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나서 이 조직의 실체와 사건의 성격이 어떻게 규명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도 경찰이 이번 사건을 송치할 경우를 대비해 주요 쟁점에 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나섰다. 검찰은 현재 경공모 회원들이 집단으로 특정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댓글에 '공감' 또는 '비공감'을 클릭한 행위가 위법한지를 집중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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