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렘과 신비의 대륙 남미를 가다] <6> 우유니 소금사막

100억톤 방대한 소금층이 낳은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필요에 따라 현지에서 동행한 우리는 하얀 소금바다에서 운전기사가 연출하는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국적과 성별, 나이를 넘어 모두가 모델이 되었다.
필요에 따라 현지에서 동행한 우리는 하얀 소금바다에서 운전기사가 연출하는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국적과 성별, 나이를 넘어 모두가 모델이 되었다.
메마른 사막 위에 더 이상 달리지 않는 옛 기차들의 무덤.
메마른 사막 위에 더 이상 달리지 않는 옛 기차들의 무덤.
소금으로 만든 볼리비아탑이 소금사막 가운데에 버티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소금으로 만든 볼리비아탑이 소금사막 가운데에 버티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꿈길만을 달린 기차들의 안식처, 우유니 기차무덤

은과 소금을 실어 나르던

사막에 버려진 녹슨 기차들

볼리비아 영광 쓸쓸히 추억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 우유니로 출발한 버스는 고지대의 울퉁불퉁한 고갯길을 밤새 달려 다음 날 새벽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 인근 찻집에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추위에 지친 몸도 녹이고 고산 증세 적응도 할 겸 뜨거운 차를 마신다.

서너 시간의 꿀 같은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찻집 앞에 4륜구동 지프가 우유니 사막 투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5명의 여행자들이 합승하여 우유니와 볼리비아를 벗어날 때까지 지프에서 동고동락하게 된다. 우유니 마을에서 10여 분을 달리자 모래사막에 서 이제는 꿈속에서만 달리는 기차들을 만나게 된다. 덩그러니 황량한 모래사막을 차지하고 있는 기차무덤(Cementerio de Trenes)!

1907년부터 1950년대 이전까지 주요 교통 요충지였던 우유니는 볼리비아와 칠레를 넘나들며 은과 소금을 기차에 실어 날랐다. 볼리비아 광산들이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에는 쉼 없이 달렸고, 광산이 쇠퇴하자 더 이상 달릴 수 없던 기차들을 우유니 외곽 광활한 사막에 버렸다.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 녹슨 기차들이 볼리비아의 영광을 뒤로한 채 멈춰 서 있다.

사막 한가운데에 고요히 놓여있는 기차가 우리나라 비무장지대를 떠오르게 한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한때는 철길 위를 누비며 활기차게 달렸던 기차들이 이제는 도마뱀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모래 속으로 점차 빠져들고 있는 철길과 함께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차들 위로 눈부신 햇살이 비추면 선명하게 드러나는 기차 무덤이 기묘한 느낌을 준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고요한 침묵이 흐른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조용한 기차무덤은 진정한 쉼(休)을 얻을 수 있는 소박한 침묵의 장소가 되어준다. 달리는 것을 멈춘 기차는 제 역할을 다 한 걸로만 알았는데, 사막의 모래먼지와 파란 하늘의 구름과 아름다운 조화로 또 다른 관광자원이 되어 황량한 사막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다.

한참 동안 기차와 팽팽한 눈싸움을 했다. 해야 할 것을 주저하고 있는 나에게 외치는 소리가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흐른다. 해야 할 어떤 것을 멈춰버린 내 모습을 말이다. 남빛의 하늘 아래 버려져 있는 기차들의 안식처에서 내가 무슨 아우성을 외치고 싶은지 저 기차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천상과 맞닿은 우유니 소금사막

바다가 솟아오른 우유니

푸른 하늘·반짝이는 별 반사

우주 공간 떠 있는 듯 신비

남미여행에서 가장 보고 싶은 곳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금사막은 해발고도 3,653m의 고원지대인데다 접근하는 교통수단이 열악하여 가고 싶지만 쉽게 가기에는 벅찬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니 '소금호수'로도 불리는 이곳은 낮에는 푸른 하늘이 소금사막에 거울처럼 반사되어 절경을 이룬다. 밤이 되면 반짝이는 별이 모두 호수에 잠겨 하늘과 땅의 분간이 어려운 별천지로 마치 우주공간에 떠 있는 것처럼 신비로운 장관을 연출한다. 발길이 머물고 시선이 닿는 곳마다 초자연적인 아름다운 모습에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전라남도와 비슷한 1만2천㎢에 이르는 넓은 면적으로 하얀 소금으로만 덮여 있다. 지각변동으로 솟아 오른 바다가 빙하기를 거쳐 2만 년 전 녹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고, 비가 적고 건조한 기후로 인해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물은 모두 증발하고 소금 결정만 남아 소금사막이 만들어진 거라고 한다. 약 100억t에 이르는 방대한 소금이 쌓인 사막과 거울과 같은 얕은 호수, 하늘이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봐도 소금뿐이다.

소금층의 두께는 1m부터 깊은 곳은 100m 이상이라고 한다. 우리를 태운 차는 길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빙판 같은 소금 위로 미끄러져 갔다. 온몸이 감전된 듯 찌릿찌릿하다. 지금은 우기가 아닌데 언제 비가 내렸는지 소금 위로 물막이 형성되어 있다. 하늘이 호수물 위에 반사되어 어디가 어딘지 구별할 수가 없다. 환상적인 이곳을 지프가 물을 차며 열심히 달린다. 건기에는 태양보다 눈부신 하얀 소금바다의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과 거울 같은 물 위에 포개어지는 또 하나의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지구상에서 이런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너무나 아름다워 들뜨기 쉬운 마음을 억누르며, 느릿느릿 천천히 걸으면서 마음속 깊숙이 차곡차곡 담아두었다. 먹먹해지는 가슴을 쓰다듬으며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을 바라본다. 소금 땅 위에 찰랑찰랑 고여 있는 물은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다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의 그 어떤 미사여구를 가져와도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기에 차라리 담담해졌다.

합승한 여행자들은 이름도 모르지만 운전기사가 연출하는 대로 큰 소리로 환호하고 웃으며 다양한 포즈를 함께 취한다. 눈으로 가슴으로 다 담을 수 없기에 다시 보지 못할 감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에 마음도 손가락도 분주해졌다. 광활하게 펼쳐진 투명한 소금사막 위에 거대한 거울을 깔아놓은 듯 하늘도 사람도 그대로 반사되어 보여준다. 마치 하늘과 땅이 빚어내는 데칼코마니 예술작품 같다. 발아래가 거울처럼 비쳐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왜 사람들이 소금사막을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또는 "천국과 맞닿은 소금사막"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다음 날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다시 찾아간 우유니 소금사막은 지난 밤과 또 다른 느낌을 안겨주었다. 하늘에서 소금사막으로 쏟아지는 별을 마주하며 우주 에 둘러싸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손만 뻗으면 별이 손에 닿을 듯한 아름다운 모습에 숨쉬기가 힘들 지경이다. 소금사막의 지평선에 반사된 태양이 마치 두 개의 태양처럼 보이는 일출에 염원을 담아 함성을 토했다. 작은 소금 언덕에 올라가 발끝을 세워보아도 보이지 않는 지평선 너머를 동경해 본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운전기사의 외침에 눈을 뜨니 빈혈이 있는 것처럼 휘청 흔들린다. 셔터 스피드 조절을 잘못해 조리개가 한꺼번에 열려 새하얀 빛만 찍힌 사진 같은 우유니 소금사막이 찰칵 찍혔다.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억지로 태우고 차는 다시 소금사막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섬 하나가 홀로 떠 있다. 하얀 소금호수에 비치는 모습이 물고기를 닮은 '물고기섬'(Isla del Pescado)이다.

섬의 정상에 올라 소금사막을 내려다 봤을 땐 외마디 감탄사조차 나오지 않았다. 건조한 기후와 소금 성분이 가득한 물고기섬에는 아무것도 자랄 것 같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거대한 선인장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척박한 땅에서 800~

1000년이 넘는 생명력을 자랑하는 거대한 선인장들의 풍경이 이색적이다. 잉카인들이 심었다는 선인장들이 섬을 온통 뒤덮고 있다. 온 천지가 소금으로 둘러싸인 돌섬, 도저히 생명체라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숲을 이루듯이 자라고 있는 선인장들의 모습에서 자연의 신비라고 할 경외감마저 느끼기도 한다.

나는 이곳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궁극의 아름다움이 어느 경지에 이를 수 있는지를 목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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