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2007년 10·3 합의는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됨에도 심각한 한계가 있었다. 북한 핵시설과 핵물질의 신고는 명문화했지만 이를 확인하는 검증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것은 미국 협상팀이 북한의 신고 내용을 일단 접수하고 북한의 반발 등 여러 가지 난관이 기다리는 검증은 다음 단계인 핵 프로그램 해체 협상으로 넘겨 합의를 조기에 성사시키려 한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신고한 핵물질 보유량과 국제사회의 추정치 사이에 핵무기 2, 3개에 달하는 14~20㎏의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였다. 이런 문제점을 강력히 제기한 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08년 4월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을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며 "검증이 불성실하게 되면 지금은 쉽게 넘어가지만 먼 훗날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 여론을 검증으로 몰아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북한에 검증을 압박했고 국제사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검증이 아니라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였다. 북한 스스로 핵 시설을 '불능화'했다는 시위였다. 냉각탑이 없으면 원자로를 가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변 원자로는 노후화돼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폭파는 '쇼'였던 것이다. 대북협상파인 잭 프리처드 KEI(한미경제연구소) 소장까지 '정치쇼'라고 했다. 실소가 나오는 것은 미국 정부가 '폭파'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에 경비로 250만달러를 건넸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북한 '쇼'의 조연이었던 셈이다. 이후 북한은 6자 회담을 무산시키고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노후시설 보강 공사를 했을 것이다. 냉각수는 인근 구룡강물을 썼다. 북한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는 북한 발표의 진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모두 6차례의 핵실험으로 지반이 붕괴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굴착 공사를 진행해온 서쪽과 남쪽 갱도는 앞으로도 핵실험이 가능하다"며 "우리가 아는 한 여전히 완전 가동 상태"라고 반박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방한 중인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대행은 24일 그게 무엇인지 잘 말해줬다. "말만으로는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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