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파시, 미카 이름을 가진 기차 아지랑이 언덕 넘는 반나절 봄이 있다
KTX가 서울서 부산까지 왔다 갔다 해도 시간이 남는 반나절 봄이 있다
버들가지 물 위에 졸고, 풀밭에 늘펀히 앉아 쉬는 반나절 봄이 있다
고운 나이에 세상 등진 외사촌동생 순자 생각나는 반나절 봄이 있다
어린 마음 떠나지 못하고 물가에 앉았는 반나절 봄이 있다
―시집 『하양의 강물』 (만인사, 2012)
증기기관차를 타고 느리게 고향으로 향하던 옛 시절도, 한국고속철도를 이용하여 빠르게 객향을 오가는 지금의 시절도 모두 반나절 봄이다. 하지만 시인의 마음은 타관보다는 고향에, 오늘보다는 어제에 머물러 있다. "어린 마음 떠나지 못하고" "풀밭에 늘펀히 앉아 쉬는" 반나절 봄을 유유히 맞이하고 있다. '반나절 봄'은 무얼 의미할까? 옛 시절의 흥겨운 한때를 이른다고나 할까, 어쩌면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뜻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일지도 모를 일!
시인의 고향은 경산시 와촌면 동강리 171번지. '동강리'(東江里)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시인이 되지 못했을 거라고 술자리에서 술회할 정도로 고향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이 유별하다. 시인은 또 어떤 자리에서 "외로운 사람에게 고향은 마음의 젖꼭지와 같은 것"이라 했다. '아지랑이 언덕' '버들가지' '풀밭' '물가' '외사촌동생 순자'가 바로 그런 마음의 젖꼭지인 셈! 마치 '날다 지친 새들은 돌아올 줄 안다'고 노래한 도연명처럼, 시인은 이렇게 자신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남겨 귀소(歸巢)본능이라는 인간 본연의 삶을 좇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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