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계기로 뉴스 댓글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댓글'추천 등에 대한 한도 설정이 핵심인데, 이는 단순히 과거 수준으로 회귀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댓글만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털 시장에서 7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거대한 공론장 역할도 부여받은 만큼, 댓글 조작을 방지하는 노력을 포함해 공론장을 관리하는 책임도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다.
◆네이버 댓글 정책 개편 '눈 가리고 아웅?'
네이버는 25일 부랴부랴 댓글 정책 개편안을 발표했다. 댓글'추천 등의 한도 설정이 골자다. 사용자가 댓글에 누를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가 아이디(ID) 1개당 24시간 기준 50개로 제한된다. 그동안은 제한이 없었다. 계정 하나로 같은 기사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도 최대 3개로 줄이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한 기사에 20개까지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런 개편안이 과거 수준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고, 정작 매크로(자동 프로그램)와 '헤비 댓글러'(많은 수의 댓글을 한꺼번에 다는 이용자)를 통한 조직적 댓글 조작에는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04년부터 뉴스에 댓글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한 네이버는 2006년 4월부터 댓글을 추천(현재의 공감'비공감과 비슷한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제한을 걸었다. 또 댓글 작성에 대해서는 2006년 4월부터 하루 10개로 제한한 데 이어 최근까지 점점 늘려오다 갑자기 줄인 것이다. 다시 말해 네이버가 2000년대 중반 댓글 정책으로 돌아간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한 온라인 마케팅업체 관계자는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아이디 수십~수백 개를 확보해 게시물을 작성하고 댓글을 다는 시대에 너무 안일한 대처이다"며 "댓글 조작을 방지하기보다는 조금 줄일 수 있을 뿐이다. 경찰이 25일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에 활용한 혐의로 압수수색한 네이버 아이디 614개를 예로 보면 매일 무제한으로 공감을 누르던 것이 아이디 1개당 50번씩 모두 3만700번으로 감소하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일반 사용자들이 댓글난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편안은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의혹이 퍼진 지난달 구성된 '댓글정책이용자패널회의'와 네이버가 협의한 뒤 내놓은 것이다. 이 회의는 네이버가 뉴스 댓글 운영원칙과 정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자 관련 분야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이용자 20명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그러나 이 회의가 결성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데다 이번에 졸속 개편안까지 내놓으면서 네이버는 '이용자 뒤에 숨었다'는 비판에도 직면하고 있다.
◆높은 점유율만큼 공론장 관리 책임져야
무엇보다도 네이버의 댓글 정책 개편안은 '달(공론장)이 아닌 손가락(댓글)을 본 꼴'이라는 평가다. 네이버는 국내 포털 시장 점유율 1위(73.90%'지난해 12월 기준)의 '포털 공룡'이다. 이는 네이버 뉴스가 그만큼 대규모 공론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것은 댓글 조작 때문이지만 본질은 뉴스 댓글난이 형성해온 온라인 공론장이 훼손된 데 있다.
구글의 예를 보자. 구글은 세계 온라인 검색 시장의 90.8%(2018년 4월 기준'비즈니스 인사이더)를 차지하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 포털이다. 지난해 10월 '미디어 와이즈'(댓글을 분석해 악성 정도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해당 뉴스가 목록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 시행 등을 위해 3년간 3억달러(3천300억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달리 공론장 훼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셈이다. 구글은 아웃링크(out-link'뉴스 클릭 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로 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포털 밖의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에 달린 댓글 조작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높은 점유율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김상호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네이버 개편안은 새로운 미디어의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기존 올드미디어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에 제기된 '공론장 역할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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