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슈츠' 장동건, 6년 만의 드라마 출연

꽃미남의 흥행 참패, 안방에선 다르네

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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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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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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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장동건이 이번엔 드라마를 통해 대중 앞에 섰다. 25일 첫 방송된 KBS2 TV 수목극 '슈츠'의 주연배우로 무려 6년여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6년 전 출연한 '신사의 품격' 이후 드라마는 처음인데, '신사의 품격'이 크게 성공한 데다 당시 장동건을 두고 '역시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말이 나온 만큼 신작의 성공에 대한 기대도 크다. 다만 드라마 대신 영화에 출연하며 지낸 6년여 시간 동안 출연작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터라 장동건 개인이 느끼는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와 별도로 무거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영화와 달리 이번 드라마는 특장점인 외모를 강조하고 트렌디한 스타일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어 '스타 장동건'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기엔 나쁘지 않은 시도로 보인다.

◆'슈츠', 밝고 경쾌한 캐릭터 연기

새 드라마 '슈츠'에서 장동건이 맡은 역할은 업계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변호사 최강석이다. 대형 로펌의 실세로 능력과 재력, 외모와 위트까지 갖춘 남자 캐릭터다.

일단 장동건의 배역은 자신감 넘치고 밝은 성격을 가진 인물로 '신사의 품격'에서 그가 보여줬던 유쾌한 캐릭터 김도진을 떠올리게 만든다. 흔히 '캐릭터가 겹친다'는 말이 나올 때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을 때가 많지만, 장동건의 이번 경우는 다르게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장동건이 꾸준히 밝은 톤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대중에 먹힐 만한' 유사 캐릭터만 자주 보여줬다면 말이 달라진다. 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매번 영화에서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등 모험을 감행했던 배우를 두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우려먹는다'고 말하는 건 가혹하다. 영화에서 보여주던 '센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꺾고 대중이 원하는 경쾌한 이미지를 받아들였으니, 이런 경우엔 '영화가 안돼 드라마로 돌아왔다'고 색안경 너머로 바라보지 말고 한번쯤 대차게 응원해 주는 게 좋을 듯하다.

드라마로 눈을 돌린 장동건에 대해, 무엇보다 '대놓고 잘생긴 캐릭터'를 연기하는 장동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잘생긴 캐릭터'를 연기할 때 스타 장동건이 가장 빛나기 때문이다. 무겁고 임팩트 강한 캐릭터를 보여줄 때의 장동건이 어색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괜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반면 드라마 속에서 멋진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는 장동건은 제 옷을 찾아 입은 듯 안정감을 준다. 데뷔 당시부터 연기력보다는 오로지 잘생긴 외모로 톱스타 대열에 합류한 인물, 대한민국에서 잘생긴 남자를 말할 때 항상 정상권에 이름을 올리는 스타, 외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평가를 듣던 연기력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그 나름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물이 장동건이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친구'(2001) 등의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소화 가능한 캐릭터 폭을 넓힌 만큼, 로맨틱 코미디류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며 편안하게 스타로 살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연기 욕심을 부리며 거듭된 출연작의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떠안으며 '편안한 이미지와 연기'를 일부러 멀리했다. 어찌 보면 그것도 장동건 본인이 가진 일종의 강박이었을 텐데, 그래서 지금 안방극장의 잘생긴 스타로 돌아온 장동건이 더욱 반갑다. 그리고 장동건은 눈에 힘을 빼고 웃으며 밝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빛이 난다. 물론, 매번 유사 캐릭터를 연기해선 안 되겠지만 스스로 '후퇴'라고 생각하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적어도 대중은 그런 장동건의 모습을 좋아하니까.

◆강한 캐릭터 연기, 이어진 잔혹사

관찰자 입장에서 편하게 말했지만 연기에 대한 장동건의 부담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장동건은 순전히 잘생긴 얼굴 하나로 MBC 탤런트 공채 시험에 응시해 합격증을 받았고, 그 뒤로 '우리들의 천국'(1990)에 덜컥 주연으로 캐스팅돼 단번에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경험이 전무했던 만큼 당시 드라마에서 보여준 장동건의 연기는 사실 수준 미달이었다. 워낙에 돋보이는 외모를 가진 덕분에 연기력이 어느 정도 가려지긴 했지만 그 상태가 지속됐다면 지금의 장동건은 결코 존재할 수 없었다. 그 황당한 연기력은 '우리들의 천국'에 이어 후속작인 드라마 '일지매'(1993)에서 절정에 달했다. 그나마 '우리들의 천국'에서는 여러 배우들이 동반 출연해 에피소드에 따라 분량을 나눠 가진 덕분에 장동건의 부족한 연기력이 어느 정도 가려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예 타이틀롤을 맡은 '일지매'에서는 숨을 곳이 없었다. 일방적으로 많은 분량에 비해 아쉬운 연기력 때문에 부족한 밑천을 탈탈 털어 주머니 속까지 뒤집어 보여줘야 했다. 불안한 연기력은 이듬해 방영된 '마지막 승부'(1994)에서도 이어졌다.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 손지창과 투톱을 이루며 반항아 기질 다분한 캐릭터를 소화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단순한 표정과 대사 톤은 이후에도 두고두고 흑역사로 회자됐다. 다만, 이 시기를 지나면서 장동건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승부' 이후 '아이싱'(1996), 영화 '패자부활전'(1997) 등을 거치며 유사한 캐릭터를 소화한 장동건은 그나마 비슷비슷한 연기를 하는 동안이라도 안정적인 자신만의 톤을 구축해 나갔다. 이 시기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로 입학해 본격적인 연기 수업을 받기도 했고, 실전 연기 경험이 쌓이면서 그저 흘려보내는 듯 무심하고 책임감 없이 느껴지던 대사 톤이 조금씩 안정됐다. 그리고 '의가형제'(1997)에서 데뷔 후 첫 악역을 소화하며 비로소 연기자다운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배우로서 장동건의 연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이때부터 나왔다.

그 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2000) 등에서 보여준 장동건의 연기는 일취월장했다고 평가해도 좋을 만한 수준이었다. 영화 '아나키스트'(2000)에서는 '영웅본색'의 주윤발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연기 폭을 넓혔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 '친구'를 만나 배우 인생의 꽃을 피웠다. '2009 로스트메모리즈'(2001)나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2002) 등에 출연하며 티켓파워와 연기력 양쪽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태극기 휘날리며'(2003)의 천만 흥행을 이끌며 최대 전성기를 누렸다.

이제 '꽃길'만 걷겠다 싶었지만, 그 후로 장동건의 배우 인생은 생각만큼 순탄하지 못했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2011), 할리우드 진출작 '워리어스 웨이'(2010), 그보다 앞서 '태풍'(2005) 등의 영화에서 줄곧 강한 남자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들 작품 속에 등장한 장동건은 기대치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에 아쉬운 면이 많았다. 북한 출신 해적으로 거친 이미지를 만들어 강도 높은 액션까지 소화했던 '태풍'에서는 어색한 이북 사투리가 걸림돌이 됐다. '워리어스 웨이'는 아예 영화의 퀄리티 자체가 수준 이하라 장동건까지 평가절하됐다. '마이웨이'에서 보여준 장동건의 캐릭터 소화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이 영화의 설득력 떨어지는 설정 때문에 연기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 시기의 장동건에게도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출연 제의가 이어졌지만 장동건 본인이 고사하고 '새로운 시도'에 열중했다. '신사의 품격'도 중국 진출작 '위험한 관계' 촬영 때문에 고사했던 드라마다. 제작진이 촬영을 미루고 삼고초려하며 재차 장동건을 설득했고 장동건 역시 고심 끝에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한번 해보자'며 제의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홈런'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도 영화 '우는 남자'(2014), '브이아이피'(2017), 최근작 '7년의 밤'이 아예 관객의 외면을 받으며 처참한 결과를 얻어 장동건을 힘들게 만들었다. 장동건 본인의 욕심이 컸던 탓도 있고 감독의 연출 방향이 대중과의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탓도 있다. 외모에 큰 변화를 주고 색다른 캐릭터로 변신한 최근작 '7년의 밤'은 최종 관객 수 52만 명이란 초라한 결과를 남겨 아쉬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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