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명상하는 래퍼

명상을 하는 래퍼(Rapper)가 있다. 김하온이라는 청소년이다. 2000년 7월 7일생이니 방년 18세다. 지난해 방영된 오디션 TV프로그램 '고등래퍼 시즌2'에 출연해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취미가 명상이라는 '괴짜 래퍼'다. 명상과 랩. 이질적이고도 생경한 조합인데 김하온은 마치 솔기 없는 천 엮듯 잘 소화해냈다. 그의 랩 가사 몇 대목을 옮겨보자.

김하온의 랩은 사회적 저항과 남녀 간의 사랑을 거칠게 담아내는 여느 랩과 많이 다르다. 방송에서 한 그의 발언들도 화제다. "정말 화가 났거나, 당황스럽고 우울할 때 잠깐 멈춰 서 나를 보는 거예요. 허울 없이 나를 보는 겁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왜 그런 건지 천천히 지켜보다 보면 그게 어느샌가 사라져 있더라고요." 마음 챙김, 관조와 같은 심오한 메시지가 10대 청소년 입에서 줄줄 나오는 것이 놀랍다.

힙합계에서는 전도유망한 그이지만 기성세대 눈에는 탐탁잖을 수 있다. 고교까지 중퇴하고서 랩에 빠져들어 청춘을 허비하는 문제아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김하온은 삶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전형적 신세대다. 방송을 통해 본 그는 매사에 긍정적이었고 눈이 맑았다. 사실, 힙합만 잘해도 크게 성공하는 시대 아닌가.

기성세대의 우려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젊은이들이 많다. 반면, 뚜렷한 자기 주관 아래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젊은이들도 많다. 단지, 사고방식이 기성세대와 많이 달라 이해의 간극이 클 뿐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세대 간 갈등이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는 서로 불신하고 심지어 증오까지 한다. 그 부작용을 치유하는 것이 사회적 급선무가 됐다.

서로에 대한 이해만이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일단은 가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물론 기성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 시작은 진솔한 대화인데, 가르치려고 나서는 순간 '꼰대'가 되고 대화는 도루묵 된다. 꿈을 위해 열정을 쏟아붓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이를 든든히 밀어주는 어른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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