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드루킹 댓글조작' 모르쇠하는 검찰, 경찰 수사까지 막아서나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관련 핵심 인물인 드루킹 김모 씨 등과의 연루 의혹을 받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그의 전 보좌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찰이 기각했다고 26일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앞서 25일에도 검찰이 김 의원 보좌관의 계좌 내역과 통신 기록, 자택 및 의원회관 등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에 대해 일부 기각했다고 공개했다. 이런 검찰의 잇따른 기각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초점은 분명하다. 댓글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구속된 드루킹 김 씨와 연루된 김 의원을 둘러싼 뭇 의혹을 밝히는 일이다. 게다가 김 의원 전 보좌관과 드루킹과의 금전 거래 사실까지 드러난 터라 김 의원과 전 보좌관 등과 관련된 의문을 푸는 수사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은 피할 수 없는 기본이다. 가뜩이나 초동수사 부실이란 비판을 자초한 경찰로서도 엄정 수사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다.

그런데 검찰이 경찰의 압수수색 신청을 기각했으니 저의를 의심받고도 남는다. 특히 검찰의 압수수색 기각 사실을 경찰이 세상에 드러낸 데 대해서 수사기밀을 앞세우며 불쾌감마저 나타냈다. 날로 커지는 국민적 의혹을 풀려는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되레 비난하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횡포이자, 검찰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앞선 정부의 댓글조작 사건 등 숱한 의혹의 진상을 파헤치던 검찰과는 너무 다르고 낯설기까지 하다. 이런 돌변은 핵심 의혹 대상인 김 의원이 대통령 측근이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이라면 권력에 아부하는 이중 얼굴의 검찰임을 자백하는 꼴로,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 또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두고 벌어진 힘겨루기라면 시정잡배보다 못한 저열한 밥그릇 싸움과도 같다.

검찰은 진실을 향한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의혹의 대상이 누구이든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 권한이 한낱 밥그릇 싸움의 도구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검찰은 권력이 아닌,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라. 나부끼는 검찰의 깃발에 새겨진 다섯 자루 칼날의 가운데에 정의가 있다. 지켜야 할 가치이기에 중심에 정의를 두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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