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2018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거침이 없었다. 말은 스스럼없었고, 행동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피도 눈물도 없는 철권통치자의 인상으로 각인됐던 김 위원장은 때로는 솔직'대담했고, 때로는 긴장한 듯했으며, 어떤 때는 여유와 유머를 선보였다.
이날 오전 북측 판문각에서 나올 때 김 위원장은 '위엄'이 가득했지만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대기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자 웃음을 띠며 위엄을 내려놨다. 그러면서도 말과 행동은 과감하고 대담했다. 문 대통령이 전통의장대 행사가 약식으로 치러졌다면서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북측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를 스스로 거론하는 솔직함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때 다녀간 북측 인사들에게서 들은 고속열차의 우수성을 언급하며 "(만약 문 대통령이)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군 의장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 위원장은 긴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법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남측 군인들 앞에 선 상황을 철저히 의식한 듯했다. 하지만 만찬 음식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는 즉흥적 표현을 섞어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그는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 대통령께서 편한 맘으로, 평양냉면, 멀리서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끌어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전쟁광' '잔혹한 독재자'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5천만 우리 국민에게 다가온 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이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와 사상을 갖고 모든 사안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질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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