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27 남북 정상회담] "여기까지 오는데 11년,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文대통령과 나눈 金위원장의 독특한 화법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도보다리 친교산책과 단독회동을 마친 뒤 평화의집으로 향하고 있다. 2018.4.27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도보다리 친교산책과 단독회동을 마친 뒤 평화의집으로 향하고 있다. 2018.4.27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도출해냄으로써 '새로운 평화시대' 개막을 천명했다. 두 정상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의 만남을 시작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기까지 시종일관 "이행하지 못하는 결과보다는 미래를 보며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걷자"며 실질적 실천을 강조했다.

◆"새로운 역사 쓰이는 신호탄 쏘는 마음으로 왔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역사적인 이런 자리에서 기대하는 분도 많고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그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을 갖고도 좋은 결과에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회담 합의에 대한 이행 의지를 피력했다. 또 "역사적인 이 자리에 오기까지 11년이 걸렸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끊겼던 남북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오늘 이 자리에서 평화번영, 북남관계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그런 순간에 이런 출발점에 서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여기 왔다"고 말했다.

◆"국가안보회의 참석하느라 새벽잠 안 깨게 할 것"

두 정상은 환담장에서 남과 북이 평화의 길로 함께 걸어가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김 위원장이 환담장에 입장해 웃으며 "우리 때문에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되셨겠다"고 농담을 건네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서 특사단에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새벽잠 깨지 않도록 제가 확인하겠다. 우리가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서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으자"고 말했다.

◆"교통 불비하지만 준비해 편하게 올 수 있도록 하겠다"

두 정상은 상호신뢰를 쌓기 위한 교류의 문도 대화를 통해 열었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의장대 사열을 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청와대에 오시면 (전통 의장대의) 좋은 장면을 더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든지 청와대에 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 보고 싶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걱정되는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하게 할 것 같다. 우리도 준비해 편하게 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후 만남을 희망했다.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도 오늘 만남에 기대"

김 위원장은 남측 연평도 주민이 느끼는 북한군 포격에 대한 불안감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그는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 때 문 대통령에게 "(남쪽으로) 오면서 보니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연평도 주민의 북한군 포격 불안을 언급한 데 대해 '유감'을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앞으로 군사적 공격은 없을 것임을 약속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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