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내가 읽은 책/'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마세요', 이태형, 국민북스, 2017

멘토들의 인간적인 가르침

옛 강학소 모습.
옛 강학소 모습.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인생을 쉽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인생'이라는 말만 들어도 묵직하고 진중함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거나 사표(師表)로 삼을 만한 분이 있다면 그를 마음에 두고 배우려 한다.

저자 이태형은 언론계에서 26년간 활동한 베테랑이다. 이 책은 그가 만난 열두 명의 멘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터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독자에게 즐거운 사색을 선물한다. 혜민, 김용택, 이어령, 고은, 이철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멘토들. 이 중에는 내가 만나 본 사람도 있고 꼭 한번 만나고 싶은 분도 있다. 과거에는 존경받는 멘토였으나 지금은 국민적 지탄을 받는 이도 있으니 한 권의 책이 요지경 속 세상 같다.

멘토란 무엇일까? 멘토(mentor)는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오랜 기간 조언과 도움을 주는 경험자라고 나온다. 아직 국립국어원이 멘토를 외래어로 분류하지 않아 오픈사전의 설명을 빌렸다. 참고로 국립국어원은 멘토 혹은 멘터를 '인생길잡이'로 순화하라고 한다. 그렇긴 해도 멘토는 그 나름대로 언중의 입에 정착된 말이다. 많은 출판물이 그대로 쓰고 있다.

"당신은 멘토가 있습니까?"

방송인 김제동은 방송에서 "멘토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누가 누구에게 뭔가를 가르친다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리가 있다. 반면에 '프레임'의 저자 김인철 교수는 "사람은 배우려는 자와 배우지 않으려는 자로 구분된다"고 강연에서 말했다. 배우려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또한 이치에 닿는다.

오래전부터 '스승이 없는 시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안타까워하며 세상에 스승 혹은 멘토가 계속 나타나기를 소망한다. 정녕 우리 주변에 존경할 만한 멘토는 다 사라졌단 말인가. 그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지금은 한 술 더 떠 이런 말이 떠돈다.

"스승이 없을뿐더러 학생도 없는 시대이다."

학교가 넘쳐나는데 학생이 없다니. 이 말은 일부 학생들의 무성의한 태도가 낳은 자조 섞인 풍자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딴짓을 해도 쉬이 나무라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는 것. '학생은 곧 고객'이라는 자본주의적 발상이 학교에 스며든 탓이 아닐까. 학생과 선생은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상보적 개념이다.

이 책은 멘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준다. 세상에 전인적인 멘토는 없다. 멘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오히려 멘토를 사라지게 한다고 생각해서일까. 저자는 멘토를 일방적으로 미화하거나 포장하지는 않았다. 우리보다 조금 나은, 그래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길잡이라는 관점으로 멘토 이야기를 풀었다. 그것이 이 책의 독특한 매력이다.

인터뷰를 기사로 읽으면 삭막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단행본으로 접하면 의외의 새로움을 발견한다. 오랜 경륜이 낳은 필자의 문체도 맛볼 수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고 명상이 된다.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은 대단히 인간적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변이 이어진다. 멘토의 인간적인 가르침, 그것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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