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27 남북 정상회담] 대구경북전문가들이 분석한 판문점 선언 의미

◇이정태(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미회담 준비 대의명분"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 전체의 완전한 비핵화'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까지 모두 해당된다. 즉 미군이 갖고 있는 전략무기, 핵무기를 한반도에서 완전히 제거하자는 것이다. 핵과 관련된 기술과 시설을 북한과 남한 모두가 제거해가는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비핵화를 양측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의제는 향후 예정된 북미회담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주문하는 동시에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한 모두가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어 대의명분은 만들었다고 본다. 회담을 보고 미국 측에서는 어떤 방식의 핵 폐기 프로그램들을 실행해야 할지 준비가 필요할 것이고 이후 중국과 북한 당국과의 조율도 진행돼야 할 것이다. 실질적 조치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에 맞춰 다가오는 7월에 남북한이 종전을 선언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 가장 바람직하고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태일(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단계별 핵 폐기…체제 보장"

=이번 정상회담의 용어와 문구들은 지난 1차, 2차 정상회담에서도 모두 동일하게 쓰였던 내용들이다. 비핵화 개념 역시 여러 가지로 해석되기 때문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상당히 멀다. 이제 핵심 관전 포인트는 핵무기 폐기와 체제 보장 간 일종의 교환 문제가 남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원칙이 바로 '동시행동의 원칙'이다. 비핵화 단계 일정에 대해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북한을 지켜보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에 대해서 체제 보장을 해줘야 하는데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핵무기 폐기 후 수교에 대해서는 북한이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한 번에 맞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진행해야 한다. 그런 신뢰를 만들어 가고 불확실한 요소들을 채워 나가는 것이 바로 한국 정부의 역할이다. 북한과 미국을 잘 설득해서 단계별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북미관계의 시금석인 동시에 조정자이자 운전자로서 역할을 성실히 해야 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불신'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적절한 조율을 통해 신뢰를 굳혀 나가야 한다.

◇이승근(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선언 불과, 법적 의미 없어"

=이번 선언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부족한 단계로 보인다. 많은 사람이 염려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은 전략상 완전 핵 폐기 선언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최대한 이용해서 더 많은 경제협력을 얻기 위한 첫 출발이자 전략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판문점 선언은 단지 '선언'에 불과한 것이다. 법적 효력이 전혀 없다. 국제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은 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쉽다. 따라서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히 반신반의하며 회담에 응하지 않을까 싶다. 다가오는 북미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에서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핵 완전 포기 선언은 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경제적 협력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한 경제 발전을 통해 더 강한 군사적인 파워를 갖겠다는 것이다.

◇변영학(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北, 美에 경협 요구 커질 듯"

=이번 선언문의 방점이 한반도 비핵화에 찍혀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남북한 모두가 평화협정 의지를 보여준 것은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아주 감동적인 역사의 한 장면이다. 다만 북한이 핵 완전 포기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경제협력을 더욱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진다. 전 세계 정상들의 회담은 언어 문제 때문에 단독회담으로 전혀 진행될 수 없지만 두 정상은 언어가 똑같으니 의미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도보다리 위 한적한 벤치에서 두 정상이 단독으로 회담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것은 최고의 장면이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과정으로 봤을 때 예술행위로서의 정치 감각과 구성력이 상당히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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