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트 남북 판문점 선언] 폐기 핵실험장 3,4 갱도 유력

1번, 1차 핵실험으로 무너져…2번, 지반 약해져 붕괴 조짐

북한이 아직 사용 가능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은 비핵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부 핵시험장' 폐기를 실행할 것이며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북부 핵시험장 폐기'를 포함한 결정서를 채택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하고 실행 시점과 공개 방침까지 천명한 것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핵실험장 폐기 선언을 행동으로 보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호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부 핵시험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가리킨다. 북한이 작년 9월 3일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한 장소로, 북한 핵무력 개발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지하 핵실험은 땅 밑으로 갱도를 파고 그 안에서 하는데 풍계리 핵실험장도 여러 개의 갱도를 갖췄다.

한미 정보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에 번호를 붙여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북한은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을 1번 갱도에서 했고 2차(2009년 5월 25일), 3차(2013년 2월 12일), 4차(2016년 1월 6일), 5차(2016년 9월 9일), 6차(2017년 9월 3일)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했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으로 무너져 폐쇄됐고 2번 갱도도 지반이 약해져 붕괴 조짐이 포착됐다. 3번 갱도는 언제든지 핵실험 가능한 완성 단계고, 완성 여부가 불투명한 4번 갱도도 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밝힌 것은 3, 4번 갱도를 가리키는 언급으로 보인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공개 방식에 따라서는 한미 전문가가 북한의 핵무력 수준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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