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다린 러프에게 지난해 4월은 악몽 그 자체였다. 110만달러를 안겨준 팀의 기대와는 달리 4월까지 타율 0.150 8안타 1홈런 4타점의 극심한 부진에 허덕였고, 급기야 개막 3주 만에 2군으로 내려가는 굴욕을 맛봤다. 절치부심 끝에 1군에 복귀한 5월, 러프는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며 자신이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화려한 백조임을 드라마틱하게 증명해 냈다.
올해로 삼성 2년차를 맞은 러프는 지난해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고자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올 시즌 삼성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과 대비되면서 러프 홀로 삼성 타선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러프는 4월까지 타율 0.328 30안타 6홈런 18타점을 기록, 삼성 선수 중 유일하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00 이상인 1.47을 보이고 있다. 리그 전체에서도 러프는 '꼴찌'팀 소속으로 홈런 7위(8개), 타점 7위(25타점), 장타율 8위(0.612), OPS 9위(1.035)에 올라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자신에게만 쏠리는 부담 때문에 너무 힘을 준 탓일까. 최근 들어 러프의 방망이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거의 매 경기 안타를 때려내곤 있지만 단타가 전부고, 장타가 좀체 터지지 않고 있다. 러프는 지난달 1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두 방의 홈런을 쏘아 올린 이후 2주째 대포 가동을 멈췄고, 2루타는 지난달 21일 kt 위즈전 이후 일주일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 여러 차례 삼진을 당하며 득점권 타율이 0.306으로 하락, 3할 붕괴 직전까지 왔다.
시즌 초 삼성 김한수 감독은 러프 앞뒤로 구자욱과 강민호를 배치해 러프의 '한 방'을 극대화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자욱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강민호마저 빈타에 허덕이면서 사실상 러프 혼자 중심타선을 책임지게 됐다. 3명이 나눠 맡아야 할 몫을 러프 한 명이 떠안았던 셈. 다행히 구자욱이 오는 10일 전후로 1군에 복귀하고 강민호는 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극심한 부진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러강' 트리오가 완전체가 되면 러프의 부담은 한결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이 5월 한 달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에서 18차례 홈 경기를 치르는 점도 러프의 홈런포 재가동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요인이다. 러프는 지난 시즌 총 31개의 홈런 가운데 17개를 라팍에서 터트렸고, 124타점의 절반 이상인 65타점을 라팍에서 쓸어 담으며 '타점왕'까지 등극했다. 시즌 초반 삼성 타선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러프가 잠깐의 숨고르기를 끝내고 다시 방망이에 불을 붙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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