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고교 학교 폭력 대응 부적절 목소리

가해자 아닌 피해 학생 격리, 학년 바뀌자 또 같은 반 편성

대구 동구의 한 고등학교가 반복되는 학교 폭력에 부적절하게 대처해 피해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홀로 상담실에 격리하고, 학년이 바뀌어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반에 편성하는 등 미흡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19일 오후 이 학교 2학년 교실에서 A(17) 군이 동급생 B군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앞니가 부러지고 입술이 터지는 상처를 입었다. 전치 4주 진단을 받은 A군은 옷과 신발에 피가 흥건한 채로 귀가했고, A군의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A군의 담임은 "쌍방 폭행이라는 정황도 있어 일방적인 학교 폭력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주장했다. B군의 아버지도 "상대방이 큰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서는 편지를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폭행인지는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A군이 학교에서 다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A군의 어머니는 "지난해 6월 아이가 갑자기 학교 가길 거부해서 몸을 살펴보니 멍든 흔적이 있었다"면서 "쉬는 시간마다 괴롭힘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곧장 학교에 알렸다"고 했다. 당시 같은 학급에는 A군 외에도 3명의 피해자가 더 있는 상황이었다.

A군의 어머니는 가해 학생과 즉시 분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학교의 보호 조치는 미흡했다. 가해 학생이 아닌 A군을 상담실에 1주일간 분리한 것. 해당 고교는 지난해 7월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고 2학기부터 가해자인 B군을 옆 반으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잠시 떨어졌던 두 학생은 2학년에 진학하면서 다시 같은 반에 편성됐다. 학교 관계자는 "편제상 현장실습 위주인 도제반과 진학을 위한 일반반 등 2개 반밖에 없는데 두 학생 모두 일반반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며 "1년에 두 차례씩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는 등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자 노력해왔지만 이런 일이 생겨 난감하다"고 밝혔다. 해당 고교는 8일 학교폭력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23일 해당 학교를 방문해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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