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는 해가 하늘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는 때를 가리킨다. 하지만 면적 넓은 나라에서는 표준시를 여러 개 둘 수밖에 없다. 동서 길이가 1만㎞나 되는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이 나라는 표준시가 11개나 된다. 그래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달리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이색 경험도 가능하다. 낮 12시에 기차를 타고 5시간 달린 뒤 내려서 기차역 시계를 봤더니 오후 4시를 가리키는 식이다. 물론 동쪽으로 가면 시간을 잃는다. 동서 길이 4천500㎞(알래스카 제외)인 미국도 4개의 표준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동서 길이가 5천200㎞나 되는 중국은 베이징 기준 단일 표준시만 쓴다. 그 넓은 대륙에 시차를 허용치 않다 보니 실생활과 맞지 않는 일들이 여럿이다. 중국 서쪽 끝에서는 오전 9시가 새벽인지라 그곳 사람들은 오전 11시에 출근한다. 지리 조건으로는 다섯 개의 표준시를 둬야 하는 중국이 시차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지역 분열의 빌미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공산주의 독재국가라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표준시는 동경 135도다. 세계 시각의 기준선인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 본초자오선에서 9시간을 더한 시간대다. 동경 135도 선은 일본의 표준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는 시차가 없다. 정작 한반도 중심을 가로지르는 자오선은 동경 127.5도다. 우리나라가 동경 127.5도가 아닌 동경 135도 선을 표준시로 삼은 것을 두고 일제 잔재 논란 등이 있었다.
북한의 표준시는 동경 127.5도다. 우리처럼 동경 135도를 쓰다가 2015년 8월 15일 바꿔버렸다. 이때부터 남과 북 사이에는 30분의 시차가 생겨났다. 같은 땅임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 사이에 존재하는 30분 시차는 소통의 장벽으로 작용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기네 표준시를 우리와 같은 동경 135도로 바꾸겠다고 전격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5일부터는 남북의 시계 침이 같은 시각을 가리키게 될 전망이다. 남과 북의 표준시 통일이 평화공존의 상징적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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