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남북경협, 대구경북도 준비를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병무청에 걸려왔다는 전화. "제가 곧 입대해야 하는데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군대 안 가거나 복무 기간이 줄어드나요? 혹시 그렇다면 최대한 입대 시기를 늦춰보려고요." 병무청 담당 직원의 답. "최대한 빨리 가세요. 지금은 기껏해야 강원도지만, 조금 더 있으면 개마고원이나 압록강으로 배치될 수 있습니다. 입대 서두르는 게 좋을 겁니다."

설마 병무청 직원이 이렇게 얘기했을까 싶지만, 지금 한반도는 바야흐로 봄 분위기가 완연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고조됐던 한반도 전쟁 위기가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김정은과 막장 설전을 벌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화해 무드 조성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주자는 덕담(?)까지 나오니 말 다했다.

이번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의미 외에 '남북경협'이라는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다. 남북경협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으로 본격화한 후 2005년 개성공단 조성, 금강산관광 등으로 정점에 달했으나 이후 급격히 줄었고,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로 아예 단절됐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는 경협의 내용이 예상보다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원론적인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던 경협 관련 내용에 도로·철도 연결 등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점이 그 예다. 두 정상은 이번 선언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 균형 발전과 공동 번영을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며 "일차적으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0·4 선언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개성공단 2단계 등을 담았다.

통일연구원은 2007년 10·4 선언 당시 남북경협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와 부가가치유발 효과를 더하면 최대 55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도로와 철도에 투자 가능한 비용만도 41조원에 이른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평창을 방문한 사람들이 남한의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 북한은 교통이 안 좋아 참으로 민망할 수 있겠다"고 했다. 남북경협 첫 단계는 북한 내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과 투자가 될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 그뿐이랴. 향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 자본들이 북한으로 몰려들 것이다.

물론 밥 뜸도 안 들었는데 숟가락부터 챙길 순 없다. 주한미군 주둔 여부 등 각론에선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남북경협은 새 성장 기반을 닦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단 중앙정부 차원의 일만은 아니다.

남북경협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을 때를 대비해 대구경북은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강원도나 경기도 등 접경지역에 비해 멀리 떨어진 대구경북은 불리한 점이 많다. 지역의 대북 전문가 풀도 매우 취약하다. 이제라도 지역 각 분야에 있는 대북 전문가들을 찾아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앞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각종 대북 프로젝트와 예산이 풀릴 것에 대비해서다. 대구경북연구원 같은 싱크탱크 기관은 물론 한국감정원이나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도로공사 등 지역 공공기관 전문가, 대학 및 연구기관 연구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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