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TV 새 수목극 '슈츠'가 호평 속에 안정적인 시청률로 출발을 알리며 '미드 리메이크'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켰다. tvN '굿와이프' 이후 '미드'(미국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중 가장 좋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호평 속에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까지 자아내고 있다. 같은 주말에 첫 공개된 OCN 드라마 '미스트리스' 역시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한국배우 김윤진이 미국 버전에 주연으로 출연해 화제가 됐으며, 이번에 한국에서 새롭게 리메이크됐다. 첫 방송 시청률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만듦새에 대해서는 호평이 우세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만큼 시청률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안투라지' '크리미널 마인드' 등 미드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들이 줄줄이 참패하면서 미드의 한국 드라마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던 게 사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만한 케이스가 등장하면서 미드 리메이크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슈츠', 배우-연출 시너지 성공적
지난달 25일 첫 방송된 '슈츠'는 국내 최고 로펌의 실력파 변호사와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변호사 지망생의 브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다. 첫 회는 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지상파 드라마 경쟁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지상파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미니시리즈가 10% 미만의 시청률을 기록할 경우 '실패'라고 단언하곤 했다. 하지만, 이젠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 JTBC와 tvN 등 비지상파의 공세에다 모바일 등으로 인해 TV 콘텐츠 시청 환경이 달라진 지금 7%대 시청률은 드라마 첫 회 기록으로 크게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동시간대에 방송된 SBS '스위치-세상을 바꿔라'가 5~6%대 시청률을 오가고,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3%대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단 '슈츠'의 초반부 화제성은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장동건과 최근 연기자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청춘스타 박형식의 조합에 기인한다. 최근까지 내놓는 영화마다 줄곧 흥행에 참패해 아쉬움을 남긴 장동건이지만 드라마 출연에 있어서는 대중의 기대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으며, 동반 출연한 박형식 역시 호감도 높은 연기자인 데다 장동건 정도 되는 대선배급 톱스타와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처음이라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결과는 꽤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장동건은 고급 슈트로 치장하고 자신의 장기인 멋진 외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 시선을 집중시켰다. 센스와 유머까지 갖춘 매력적인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려내며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배우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박형식도 선배 장동건과 착착 손발을 맞추며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빠른 전개와 감각적인 편집도 인상적이었다. 미드 특유의 속도감을 잘 살려냈고 무엇보다 원작의 설정을 국내 시청자들의 정서에 반하지 않게 적절히 조율해 몰입도를 높였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동명의 미드로 NBC 유니버셜에서 시즌8까지 제작되고 있는 인기작이다. 국내판 '슈츠'는 원작과의 비교에서도 호평을 끌어내며 팬들로부터 만족스럽다는 말을 듣고 있다. 장동건-박형식과 극 중 설정된 캐릭터의 싱크로율 또한 높은 편이다.
'미스트리스'도 미국 ABC에서 방송된 동명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에 주인공 캐릭터로 출연했던 김윤진은 2016년 방영된 시즌4에서 극중 추락사하는 장면을 끝으로 하차했다. 방영 당시 현지에서 드라마 자체에 대한 인기가 상당한 편이었으며, 김윤진은 '로스트'에 이어 또 한 번 미국 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는 미드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오리지널은 영국 작품으로, 미국에서 제작되기 전 최초 원작이 영국 BBC에서 먼저 방송됐다. 네 명의 여자 캐릭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불륜과 살인, 베드신 등 자극적인 소재가 줄줄이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감각적인 편집과 연출로 '문제적 설정'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국내 버전은 영화감독 한지승이 연출을 맡았다. 2006년 방영된 '연애시대'와 2014년작 '일리 있는 사랑' 이후 세 번째 드라마다. 신현빈-최희서-구재이 등 여배우들이 중심 캐릭터를 연기하며 무엇보다 한가인이 '해를 품은 달' 이후 6년 만에 연예계 복귀작으로 '미스트리스'를 택해 화제몰이를 했다.
1, 2회는 '미스터리 관능 스릴러'를 표방한 드라마답게 '19금 관람가'를 내걸고 격한 애정신과 살인 장면 등을 내보내면서 각종 이슈를 생산했다. 시청률은 비교적 아쉬운 편이다. 2%에 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인데, 전작 '작은 신의 아이들'이 스타트 라인에서 2.5%라는 기록을 올렸던 사실을 떠올려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다.
하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촘촘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과감한 애정 신까지 화제로 떠오르며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차트 상위권을 장악했다. 마니아를 끌어모을 수 있을 만큼 탄탄한 만듦새로 호평을 끌어낸 만큼 차후 입소문에 의한 시청률 상승도 노려볼 만하다. 다만,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구조와 쉽게 이해하기 힘든 편집 등으로 인해 중반부에 이르러 시청자 유입을 기대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므로 초반부에 적정 수준의 팬층을 형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감각적 영상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 눈길
앞서 미드를 리메이크한 한국 드라마는 전도연이 주연을 맡아 성공한 tvN '굿 와이프' 이후로 줄곧 '현지화'에 실패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tvN에서 만든 또 다른 미드 리메이크작 '안투라지'와 '크리미널 마인드'는 원작이 가진 화제성을 반영하고 국내 인기 배우들로 호화 캐스팅을 하고도 저조한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흥행에 실패해 '국내 정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정확히 짚어보자면, '안투라지'는 원작의 장점과 성공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문제가 된 드라마가 맞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원작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쳤다. 내러티브는 촘촘하지 못했고 캐릭터의 매력도 어정쩡하게 묘사됐다. 어디 하나 제대로 꽂히는 요소가 없어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옮겨 오는 데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저 원작의 후광에 기대 적당히 성공하려는 어설픈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미드 리메이크작의 성공 여부는 '현지화'에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원작이 제 아무리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들 국내 정서에 반하는 설정을 가져오거나 장점을 대충 우려먹는 수준으로 만들었을 경우,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다. 최근 일본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마더'는 5%대의 시청률로 '중박 드라마'로 기록됐지만 그 화제성과 퀄리티에 대한 평가는 '상'급이라 평가할 만하다. 해외 우수작의 잦은 리메이크가 '창의성 결여' 등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순 있겠지만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잘 만들어 '현지화'에 성공하면 그 또한 '창의적'이란 말을 들을 수 있다. 리메이크에 의존해선 안 되겠지만, 산업 측면에서나 문화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좋은 작품을 두루 알리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