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조각 일부 첫 발견
소실된 사천왕사 목탑 장식
장군신 모양 부조 3점 완성
얼굴·복장 이국적 느낌 물씬
디테일한 묘사 입체감 생생
만드는 데 품 많이 들었을 것
# 사전지식 1
조각 퍼즐 맞추기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주목하자. 조각을 맞춰 완성되는 그림은 ①샌들 신은 왼손 칼잡이 ②버선 신은 궁수 ③맨발의 칼잡이 3가지다. 그런데 같은 그림이어도 조각 모양이 다른 버전이 16가지 있다. 조각 모양이 모두 다르기에 총 48가지 조각 퍼즐 게임이 있는 셈이다. 맙소사, 이 퍼즐 조각이 한꺼번에 뒤집혀 흩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조각 일부는 땅에 묻혔다.
# 사전지식 2
신라의 삼국 통일 직후인 679년(문무왕 19년)에 건립된 '사천왕사'라는 사찰에는 목탑이 두 개 있었다. 목탑 기단부 정중앙에는 계단이 있었고 계단을 중심으로 3개씩 좌우 대칭 부조가 붙어 있었다. '사천왕사 녹유신장상'(四天王寺 綠釉神將像)이라 불리는 부조다. 기단부는 4개 면, 각 면마다 붙은 부조는 6개씩이었다.
8월 5일(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사천왕사 녹유신장상(四天王寺 綠釉神將像), 백 년의 기다림전(展)'이다. 100년 만에 조각 퍼즐 그림을 완성했다는 뜻이다. 조각조각 깨져 흩어져 있던 좌우 대칭 부조들, 녹유신장상이었다. 100년 전 처음으로 발굴된 퍼즐 조각과 최근 발굴된 퍼즐 조각의 세기적 완성이다.
◆녹유신장상
'녹유신장상'이란 말 그대로 녹색 유약을 입힌 신장, 즉 장군신 모양의 부조다. 왼손에 칼을 든 신장상, 화살과 활을 든 신장상, 오른손에 칼을 든 신장상 등 3가지 부조다. 신라의 대표적인 조각 승려인 양지 스님 작품이라는 게 다수설이다. 삼국유사 기록이 근거다.
각 신장, 그러니까 장군신(神)은 이국적인 외모에 중국풍이거나 중앙아시아풍의 투구와 갑옷을 쓰고, 입고 있다. 어느 손에 어떤 무기를 들었느냐로 이들을 구분해뒀는데 신발로도 구분할 수 있다. 왼손에 칼을 든 장군신은 샌들형 신발, 화살과 활을 든 장군신은 버선형 신발, 그리고 오른손에 칼을 든 장군신은 맨발이다.
액자처럼 각 신장을 둘러싼 무늬에는 코끼리와 악어의 융합 생명체, '마카라'처럼 보이는 생명체가 연꽃을 피워 올린다. 인도 불교의 장식 요소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생명체와 연꽃이 연상된다.
녹유신장상은 대량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도윤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렇게 입체감이 살아 있는 부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부조를 만드는 데도 여러 개의 틀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왕사
'사천왕사'는 당대 온 우주의 기운이 모인 곳이었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를 삼키려는 당(唐)에 대항해 경주 낭산(狼山)에서 명랑법사가 밀교 주문을 외자 예성강 하류로 집결하던 당 해군이 모두 침몰했다는 내용이 역시나 삼국유사에 실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 우주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시기가 오는데, 으레 옛 사찰들이 그렇듯 사천왕사 역시 이름만 남기고 사라졌다. 언제 사라졌는지 불명확하다.
그래서 결국 이즈음에 기록이 있는데 저즈음에 기록이 없으니 이즈음과 저즈음의 사이에 사라진 걸로 보인다는, '합리적 추론'이라는 접근 방식을 빌리자면 또 한 번 삼국유사에는 '신라 말 국운이 기울 즈음 사천왕사 목탑 그림자가 거꾸로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벽화에 있던 개가 실제로 뛰쳐나왔다'는 등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내용도 기록돼 있어 판단하기 난감하지만 불교를 숭상한 고려 말까지 존재했으리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쨌든 언제 사라진지 모를 사천왕사가 사라진 뒤 1915년쯤 일본의 언어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아유카이 후사노신(鮎貝 房之進)이 이곳에서 뭔가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뭔가가 바로 녹유신장상이 조각된 벽의 파편,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조각 퍼즐의 일부다. 일제강점기 사천왕사 터에는 일반 가옥이 자리 잡았고 주변은 밭이었다. 휴관일 없음. 문의 054)740-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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