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위협 등 이용객 안전을 위해 어느 곳보다 더 치밀해야 할 항공 보안검색이 절도 용의자 한 명에게 농락당했다. 원정 절도 행각을 벌인 용의자가 다른 사람 신분증으로 국내선 비행기를 두 차례나 이용했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시에 사는 이모(33) 씨는 지난 2월 부산 김해공항을 거쳐 대구를 찾았다. 귀금속으로 유명한 대구 중구 교동 패션주얼리타운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 이 씨는 알리바이를 꾸미고자 미리 훔쳐둔 전 직장 동료의 신분증으로 탑승권을 끊었다. 교동 한 금은방을 찾은 그는 종업원이 한눈을 파는 새 진열대에 있던 고급 시계를 훔치려다 발각됐다. 도망친 이 씨는 10분 뒤 인근 다른 금은방에 손님인 척 들어가 110만원 상당의 금목걸이 1개를 훔쳐 달아났고, 이후 김해공항을 통해 유유히 제주도로 돌아갔다.
경찰은 이 씨를 추적하느라 애를 먹었다. CCTV 화면을 분석해 이 씨가 김해공항에서 제주행 대한항공 비행기를 탔다는 사실은 알아냈지만 정작 탑승자 명단엔 이름이 없었다. 전 직장동료의 신분증을 제시해 탑승한 탓이다. 경찰은 신분증 주인과 탑승자 얼굴을 확인해 이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지난달 23일 제주도 한 골프장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 씨를 검거했다.
문제는 훔친 신분증으로 두 차례나 비행기를 탔는데도 탑승권을 발권한 대한항공과 보안검색을 담당하는 한국공항공사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항공 보안검색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정부가 테러 안전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국내선 항공기도 탈 수 없도록 국가항공보안계획을 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일부러 비슷한 나이의 동료 신분증을 훔친데다 신분증이 낡아 제대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경찰이 공식 수사협조를 하지 않아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항공권을 발권한 대한항공 측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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