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북한은 어떤 입장을 취해왔을까?
북한 지도부는 겉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한편 속으로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용인해왔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소련이 붕괴한 이래 주한미군 주둔을 사실상 인정해왔다.
1992년 1월 북미 간 평화협정이 논의될 당시 김일성 주석은 김용순 노동당 비서를 미국으로 보내 아널드 캔터 미 국무차관에게 북미 수교를 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제안하면서 통일 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제안을 거절했다.
2000년 6월 14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나눈 대화 속에도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북한의 입장이 드러난다. 당시의 대화 내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도 자세히 기록돼 있다.
김정일은 북한이 1992년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신 역시 '통일이 되어도 미군이 있어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언론 매체를 통해 계속 미군 철수를 주장하느냐는 질문에는 "인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북한 지도부는 방북한 여러 서방 정치인과 학자, 언론인에게도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2003년 발간한 회고록 '마담 세크레터리'(Madam Secretary)에서 2000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묻자 그가 주한미군의 역할을 인정하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 회고록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냉전 이후 북한 정부의 관점이 바뀌었다"면서 "미군은 이제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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