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구멍 뚫린 공항 보안검색, 왜 이러나

우리나라 공항의 보안검색 수준이 참으로 한심스럽다.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비행기를 탑승해도 공항은 눈치채지 못하고 실탄, 총기, 칼 같은 위험물을 소지한 승객이 보안 검색대를 버젓이 통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당국은 보안검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비웃듯 보안 사고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제주에 사는 30대 남성이 훔친 신분증으로 두 차례나 비행기를 탔는데 공항 당국은 전혀 몰랐다. 이 남성은 대구에서 절도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신분증을 훔쳐 비행기를 탄 것으로 밝혀졌는데, 결과적으로 공항이 범죄자의 알리바이 조작에 놀아난 셈이다. 지난달 김해공항에서 실시된 가짜 폭발물 반입 모의시험에서 폭발물을 못 걸러냈다. 2016년 6월 김해공항과 7월 대구공항에서는 실탄 소지자가 보안검색대를 그냥 통과하는 사건마저 있었다.

실제로 위험물을 지닌 채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는 이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8월까지 인천공항 보안검색에서 총기 34건, 실탄류 1천483건, 도검류 426건 등이 적발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항의 보안검색은 허술해 실탄'모의권총'과도'가스분사기 등에 대한 보안검색 실패 사례가 7건이나 된다. 국내 공항과 항공사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9'11테러 이후 전 세계 공항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보안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그만큼 철두철미한 보안검색이 필요한 곳이 공항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요즘 국내에서 잇따르는 보안검색 사고들을 보면 국내 공항들은 보안 불감증에 걸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정부와 당국도 공항 보안 강화 대책을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말뿐이었다.

9'11테러 때 테러리스트들이 항공기를 납치할 때 사용한 도구는 작은 칼이었다. 혹여라도 우리나라 공항과 항공기의 보안검색이 허술하다는 소문이 테러리스트들의 귀에 들어갈까 걱정될 지경이다. 보안검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테러 등 각종 위협으로부터 승객들과 항공기의 안전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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