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기학과 4년제大서 베끼기'에 전문대 생존 위기

물리치료·안경학과…전문대와 같은 학과 신설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 위기를 겪고 있는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들의 '인기학과 베끼기'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호텔조리학과 등 전문대학의 교육철학인 '실무중심 직업교육' 위주 학과들이 4년제 대학에 생겨나기 시작해 최근 신생학과들은 대부분 전문대 판박이 학과들이 많은 상황.

실제로 4년제 대학에는 학과 소개에 실무중심 커리큘럼을 내세운 학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업 훈련이 교육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리치료학과, 방사선과, 안경광학과, 항공 관련 학과 등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관리학과, 드론학과 등 소위 뜨기 시작한 학과들도 4년제에 하나 둘 생겨나는 상황.

실제로 전문대가 처음 개설해 발전시켜온 물리치료과의 경우 2018년 1학기 기준으로 전국 4년제 일반대학에서 47개교가 개설했고, 임상병리과 26개교, 방사선과 20개교, 치기공과 4개교, 치위생과 29개교, 안경광학과 13개교, 응급구조과 16개교, 장례지도과 1개교 등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수험생 중 상당수가 같은 학과라면 전문대가 아닌 4년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충원이 어려운 전문대들은 4년제로 학생이 이탈하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 A전문대 관계자는 "정원이 충원된 뒤 4년제 대학 합격 발표가 나면 학생들이 빠져나간다. 물론 전문대별로 이름난 학과들은 4년제보다 선호도가 높기는 하지만 아직도 학벌을 중시하는 풍조 때문에 같은 학과라면 4년제로 가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문대에서 경력을 쌓은 양질의 교수진이 4년제로 이직하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전문대들은 학과 운영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경쟁에 대한 최소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B전문대 관계자는 "4년제 입장에서도 신생학과를 만들게 되면 경력을 가진 교수들을 원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대학에 대한 각종 규제는 가하면서 대학 간의 밥그릇 싸움에는 손놓고 있다는 건 전문대부터 알아서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