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내가 대구에 빠진 이유

2006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기 시작해 지금까지 총 140여 곳의 시'군을 방문했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까지 방문한 도시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이 대구입니다. 지금까지 60번 넘게 대구를 찾았습니다.

제게 대구의 첫인상은 여느 지방 도시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철도와 버스 노선이 많아 외국인이 여행하기 편해서 여러 차례 찾게 됐고, 싸고 맛있는 식당이 많다는 사실과 일반적인 관광지 외에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적산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구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대구는 볼거리도, 맛있는 음식도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대구의 매력을 이렇게 역설합니다. 첫째, 대구는 한국 제3의 대도시임에도 작은 골목에 들어서면 어릴 적 살았던 동네 같은 느낌이 들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풍경들이 남아 있다. 둘째, 6'25전쟁 때 낙동강이 대구를 지켜줬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선교사가 지은 근대건축물과 일제강점기 때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셋째, 식당이나 택시기사 등 대구 사람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다. 넷째, 서울이나 부산에 비해 싸고 맛있고 색깔이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많다. 다섯째, 카페의 수준이 높고 독창적인 디저트를 개발해 제공하는 카페가 많다.

이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대구 사람들의 '정'입니다. 서울이나 부산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이 드물기 때문인지, 혼자 여행하는 제게 식당 아주머니나 택시기사님들이 따뜻하게 말을 건네 주시는 경우가 많아서 현대 일본인이 잃어가고 있는 '정'을 느끼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향촌동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김치가 엄청 맛있네요. 저는 갓김치를 제일 좋아해요"라고 했더니 "다음에 오실 때 갓김치를 준비할게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약속한 날 다시 식당을 찾았더니 실제로 갓김치를 담가 놓고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매력적인 도시 대구를 보다 많은 일본인들이 알면 좋겠다는 생각에, 블로그와 SNS를 통해 대구를 소개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직접 대구를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취항한 에어부산 나리타~대구 직항편을 이용한 '대구투어'를 일본 여행사 및 타 블로거와 함께 기획하고 투어에 참가한 30여 명의 손님들에게 대구를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역시 5월에 열릴 '대구 달구벌 관등축제' 일정에 맞춰 일본인을 대상으로 3박 4일 대구'영주투어를 기획했으며, 많은 손님이 투어를 신청해주셨습니다.

최근 들어 대구 팬이 된 일본인이나 일본인을 대상으로 대구 정보를 알리는 일본인 블로거가 늘어서 정말 기쁩니다. 드디어 일본에서도 대구가 관광도시라는 인식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대구시 한의약박물관, 향촌문화관 등 관광지에 일본어 안내 표기가 없습니다. 둘째, 대구약령시에 한의원과 한약방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식당과 카페가 생겨나는 모습을 보니 서울 명동과 인사동처럼 평범한 관광지가 돼버리는 건 아닌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대구약령시의 특색을 살린 한방찻집 또는 쑥 좌욕 등 한방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셋째, 북성로와 향촌동 일대 일본어 가이드 투어가 있다면 한일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구레 마코토 대구관광명예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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