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에 사는 권모(26) 씨는 지난 2월 모르는 사람에게서 스마트폰 메신저 메시지를 받았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마케팅업체라고 소개한 이는 "네이버 블로그 아이디를 카톡에서 검색해 연락했다. 블로그 계정을 판매하면 마케팅 효과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뒤 "매입한 블로그로 의류나 잡화 광고나 맛집 소개, 신제품 사용기 등에 활용하겠다. 대신 ID의 소유권은 업체에 영구적으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순간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포털사이트 아이디를 넘겨줬다가 회원가입 때 작성한 각종 개인정보가 자칫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사고파는 행태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음식점이나 특정 제품 등을 온라인상에서 바이럴(입소문) 마케팅하는 업체들이 블로거의 계정을 사들여 마케팅에 활용하는 행태가 판을 치고 있어서다. 특히 온라인 마케팅 전문 업체들은 최근 수년 새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블로그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포털사이트들이 마케팅만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의 검색 노출 순위를 하위권으로 조정하면서 블로그를 새로 만든 뒤 광고성 게시물을 등록하는 마케팅 방식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마케팅 업체들은 개설된 지 오래된 블로그일수록 검색 상위권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블로그 계정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한 대형 포털사이트에는 블로그 매매 권유의 신고 건수만 하루 평균 1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 가격도 최근 들어 200만~300만원대까지 올랐다는 것. 여기에 일정 기간 동안 이용료를 내고 한시적으로 블로그 운영권을 넘겨받는 '블로그 대여' 방식까지 등장했다. 직장인 윤모(31'대구 달서구) 씨는 "지난달 초에 '150만~200만원에 블로그를 팔라. 또는 월 20만~50만원만 받고 빌려줘도 된다'는 쪽지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들은 개인 간 거래를 일일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블로그 운영자들을 상대로 '매매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매매 의뢰자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면서도 "이용자들의 신고와 갑자기 광고 글만 올리는 블로그를 모니터링 하지만 실제 운영자와 개설자의 회원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로그 계정 매매는 회원가입 시 입력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명섭 영남이공대 컴퓨터정보과 교수는 "블로그 아이디를 사들인 인물이 중고매매 사이트 등에서 사기 거래를 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가 져야 한다. 범죄 악용을 막도록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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