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내당동에서 35년째 살고 있는 박모(62) 씨는 지난해 12월 '6천만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박 씨가 실제 소유한 땅이 지적도보다 15.9㎡ 넓어 부과된 조정금이었다. 박 씨는 "남편과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고 있는데 1년 안에 6천만원을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조정금이 낮아질 가능성은 낮다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의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적재조사 사업으로 거액의 조정금이 부과된 토지 소유주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소유한 토지의 지적을 측량해 공부상 토지와 실제 토지의 위치, 경계를 바로잡고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재조사 결과 실제 사용 중인 토지 면적이 공부상 토지보다 넓어져 수천여만원의 조정금을 내게 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시작된 지적재조사로 땅이 더 늘거나 줄어 조정금이 매겨진 이는 모두 1천175명에 이른다. 이 중 조정금을 두고 이의신청을 한 이는 131명에 달한다. 이의신청은 서구가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북구 30명, 동구 17명, 수성구 13명, 중구 10명, 달성군 9명, 달서구 7명, 남구 5명 등이었다.
특히 소득수준이 비교적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조정금을 낮춰달라는 '하향 이의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하향 이의신청을 한 77명 중 서구 내당1지구와 비산1지구 주민이 35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절반에 가깝다. 동구 숙천1지구도 조정금 부과 대상 17명 중 16명이 하향 이의신청을 내기도 했다. 조정금 이의신청을 한 김모(68'비산동) 씨는 "1t 화물차로 과일 행상을 하면서 사는데, 예상치도 못했던 1천만원이 부과돼 타격이 컸다"면서 "이의신청을 했지만 겨우 4만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고 푸념했다.
구청들은 절차에 따라 지적재조사 사업을 진행했고, 주민들에게도 수차례 알렸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조정금은 4차례 분납이 가능하고 가산금이 붙지 않는다. 국비 지원도 기대에 못 미치고 주민 불만도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예산 부족으로 사업 자체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이후 대구의 재조사 대상 667개 지구 가운데 사업이 완료됐거나 올해 안에 완료 예정인 지구는 32곳에 불과하다. 올해 전국적으로 필요한 지적재조사 사업비 760억원 가운데 책정된 예산도 150억원(19.7%)에 그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민 동의를 받기가 어렵고, 국비 배정도 잘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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