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청년 실업률과 연구개발 생산성

한국 원전기술 안전성·경제성 우수

방대한 수출시장 최고 경쟁력 갖춰

연구개발 성과관리 전문가에 맡겨

유망 산업 정치논리에 희생 안돼야

청년들이 어버이날을 두려워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올해 11%를 넘은 후 악화일로에 놓인 영향이다. 예전의 경제 위기와 달리 지금은 우리나라만 유난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 미국은 실업률이 4% 이하로 60년 만의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일본을 비롯한 몇몇 OECD 국가들은 2%대의 실업률에 국민들이 활력에 차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일등산업들이 있었다.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반도체는 너무도 기반이 튼튼하여,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오랫동안 지탱할 것으로 믿었다. 세계경제포럼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는 26위로 10년 전에 11위였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언제부터인가 총수출액은 늘지 않는데 해외공장만 늘어나서 국내 일자리는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우리 주요 수출국이 기술 수준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느슨한 중국 시장으로 옮기면서 우리나라 기술개발의 고삐마저 풀린 듯하다. 그사이 중국은 기술을 따라잡아 우리의 일등상품들을 낚아채고 있다.

고질적인 혁신의 부진과 노사 갈등 악화에 대해 각계에서 끊임없는 경종을 울려왔으나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하고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많은 OECD 국가들이 비슷한 과정의 난관을 돌파해왔으나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성과도 못 내면서 민간의 혁신에도 짐이 되고 있다.

문제는 산업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의 실패다. 연간 20조원 이상의 국책연구를 주도하는 정부 공무원들은 잦은 부서 이동으로 연구개발 관리의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정부 정책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세계의 과학기술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국제화를 통하여 수많은 신흥국들이 경제개발에 돌입하면서 끊임없는 혁신 없이는 이길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구개발의 정책수립부터 성과관리의 일체를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정부 간섭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연구개발 생산성이 매우 높은 미국은 2차 대전 직후 연구재단을 만들어 연구개발 관리를 전문가들에게 넘겼고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계속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데에 있어 세계를 리드하여 왔다. 독일도 통독 후에 미국 방식을 도입하여 산업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우리 산업계는 미국 방식으로 신상품 개발에서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오늘날 세계적인 호황 속에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청년실업은 국책연구에서 후속 신상품에 필요한 신기술이 산업화되지 못한다는 데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장가치가 큰 유망 기술이 개발되면 정책을 떠나 산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기술은 안전성, 경제성, 친환경성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화석에너지는 물론 재생에너지보다 우수하다. 나아가 방대한 수출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망산업이 정치적 논리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국책연구는 과감한 기술개발과 혁신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혁신은 세계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일이다.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이 예산을 끌어오고 혁신사업가들이 치어리더가 되어 과학기술자 한 명 한 명이 도전적인 연구개발에 몰입할 도전적 환경이 만들어져 한다. 그래서 청년실업 문제가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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