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자 유진 라이언스가 1931년 스탈린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독재자입니까?" 이에 대한 스탈린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니오. 나는 독재자가 아닙니다…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명령을 내릴 수 없습니다. 당이 결정하면 당이 선택한 기관인 중앙위원회와 정치국이 집행합니다."
거짓말이었다. 스탈린은 중앙위원회와 정치국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위원회와 정치국이 당을 장악하고 있었다. 스탈린의 결정이 곧 당의 결정이었다는 뜻이다. 영국 사회주의자 시드니 웹'베아트리스 부부는 이런 거짓말을 순진하게 믿었다. 이들은 "그는 미국의 대통령만큼 충분한 권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순히 중앙위원회와 최고회의 간부회의의 명령에 따라 행동한다"고 했다.
동시대 서구 사이비 진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탈린을 '존경하고 믿음이 가며 선량한 사람'으로 선전했다. 영국 소설가 H. G.웰스는 "그처럼 솔직하고 공정하고 숨김없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고 했고, 캔터베리 성당 주임 사제인 휼렛 존슨은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라고 칭찬했으며, 저명한 전기(傳記) 작가인 에밀 루트비히는 "그라면 안심하고 자식 교육을 맡길 것이다"라고 했다.
모두 스탈린의 폭압 체제로 인민들이 떼죽음을 하고 있을 때 나온 얼빠진 소리들이다. 스탈린의 농업집단화로 최대 300만 명이 굶어 죽은 우크라이나의 '홀로도모르'(기아에 의한 떼죽음이란 뜻)에 대한 영국 기자 맬컴 머저리지의 고발 기사 등 스탈린의 실체를 알려주는 정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믿지 않았다. 스탈린의 겉모습에 취해 넋을 놓았던 것이다.
판문점회담 이후 우리 사회가 딱 그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솔직 담백하고 예의 바르다"고 하자 여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감격적이었다" "친근하게 열린 마음" "여유 있고 능수능란" 등의 칭송이 쏟아졌다. 이를 이어받아 SNS에서도 '인상 좋다' '그동안 오해했다'는 소리가 나온다는 소식이다. 온 나라가 김정은의 '이미지 세탁'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냄비 근성'이라고 자학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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