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디컬 퓨처스] 배진영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널 받아준 선생님이야" 인사받을 때 가슴 찡해

놀라운 경험이었다. 경북대 의대 본과 3학년 시절 제왕절개 수술을 참관, 새 생명이 탄생하는 모습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수술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아기가 나오는 순간 안도의 한숨과 아울러 주변이 환해지는 걸 느꼈다. 그러고는 주저 없이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배진영(38) 대구가톨릭대 산부인과 교수는 아직도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산부인과 의사가 힘들지 않으냐고요? 괜찮아요. 그래도 산부인과 의사가 의사 중에선 즐거울 일이 많은 편이죠. 결과가 좋은 쪽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새 생명이 탄생하고, 축하하고, 기쁨을 나눌 일이 종종 생기잖아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기와 산모의 버팀목

배 교수의 아버지는 외과 개업의. 어릴 때부터 배 교수에게 병원은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그는 "건물 하나에 1층은 병원, 2층은 입원실, 3층은 집이었다. 그 건물에 많은 환자가 드나들었다. 낯선 사람들이 딱히 불편하다기보다는 신기하게 여겨졌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딱히 다른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배 교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초교 4학년과 1학년인 아들만 둘이다. 당연히(?) 집에선 자주 전쟁을 치른다. 그래도 엄마로서의 경험은 환자들을 챙길 때 도움이 된다. 그는 "직접 겪어 봤으니 임신 중 불편한 점을 편하게 설명해줄 수 있고, 힘든 부분도 미리 알고 조치해줄 수 있으니 환자들로선 더 좋을 것"이라며 "남자 의사들은 알 수 없는 부분들"이라고 웃었다.

적지 않은 의사들이 그렇듯 그도 일 때문에 바쁘다. 즐길 여유가 없어 있었던 취미도 잊은 지 오래. 조산 분야 권위자인 로베르토 로메로 교수에게 가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시간을 내기 어렵다. 배 교수는 "시간이 모자라니 스트레스는 그냥 속으로 삭이거나 틈날 때 자는 것으로 푼다"며 "그래도 아기들과 산모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했다.

◆조산, 고령 임신부의 전유물 아니다

임신으로 산모와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일반 산모에 비해 높은 산모를 고위험 산모라 부른다. 고위험 산모는 조산하는 경우가 많고 조기 진통, 임신중독증(자간전증), 임신성 당뇨병, 태반 조기 박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 배 교수는 "고령 임신부가 조산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임신부라도 일을 하는 경우 육체적으로 부담이 많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고 했다.

배 교수가 얘기하는 산부인과의 매력은 무엇보다 태어난 아기를 봤을 때다. 어려움을 딛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경우엔 보람도 더 커진다. 그는 "산모들은 다니던 병원, 진료받던 의사를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며 "임신한 여성이 찾아와 큰아이 손을 잡고는 '널 낳았을 때 받아주신 선생님'이라면서 내게 인사를 시킬 때면 가슴이 찡하다"고 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산부인과 의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물었을 때 배 교수가 먼저 꼽은 것이다. 그는 "모든 의사가 다 그렇겠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특히 생명을 아껴야 한다. 한 번에 2, 3명의 목숨이 달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다 새로운 술기와 지식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근면하게 공부하는 자세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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