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구건조증

눈이 뻑뻑하고 눈곱 낀다고? 자주 깜빡이세요!

컴퓨터 회사에 다니는 30세 A씨. 직장에서 오후만 되면 눈이 침침하고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좀처럼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 힘들어 차일피일 미룬 채 참고 지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자고 일어난 후에도 눈이 뻑뻑하고 흰 눈곱이 끼더니 눈도 콕콕 쑤셨다. 머리까지 아파 결국 안과를 찾았는데 '안구건조증'(건성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미세먼지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일기예보에 미세먼지 얘기가 나오는 것도, 맑은 공기를 마시려고 비를 기다리는 것도 낯설지 않다. 호흡기뿐 아니라 눈 건강에도 해롭다. 특히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경우 안구건조증을 악화시켜 감염이나 자극에 취약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 부족으로 인한 눈물막 질환

우리 눈의 눈물은 크게 세 가지 층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은 수분층이고, 나머지는 지질층과 점액(뮤신)층이다. 안구건조증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눈물층이 불안정해지면서 조직 각결막에 변화를 가져오는 질환. 크게 눈물의 수분층이 부족하거나(수분 부족형), 눈물이 과다하게 증발하는 경우(증발형)로 나눌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안구 표면의 염증도 안구건조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안구건조증의 증상은 안구 자극 증상과 시각 증상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눈이 부시거나 모래알이 들어간 듯한 이물감이 있는 경우, 콕콕 쑤시는 통증, 눈이 시린 느낌 등은 안구 자극 증상에 속한다.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 사물이 흐려 보이거나 퍼져 보이는 느낌 등은 시각 증상에 포함한다. 시각 증상은 주로 증발형 안구건조증에서 호소하는 증상으로 오후에 활동하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거나 TV 시청, 또는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는 등 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활동을 하면 눈꺼풀을 깜박이는 횟수가 자연적으로 줄어들게 되므로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알레르기 결막염이 동반돼 안구건조증이 '특히 악화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의 진단과 치료의 첫 걸음, 그리고 인공눈물

안구건조증인지 확인하려면 세극등현미경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각결막의 미란(조직 결손) 정도를 확인한 뒤 쉬르머 검사로 눈물의 분비량을 측정한다. 이후 형광 염색 후 눈물막 파괴 시간을 확인, 눈물이 어느 정도 안구 표면에서 머무르는지 따져보고 판단한다. 그 외에 로즈벵갈 염색 등도 시행해 볼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나이가 들면서 심해지는, 일종의 노화 현상. 따라서 완치할 수는 없지만 치료약을 적절히 사용해 증상을 완화하도록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다. 증상을 호전시키려면 먼저 원인이 될 수 있는 눈 질환이나 주위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내 습도는 60% 정도로 적절히 유지하고, 외출할 때는 보호안경을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또 독서나 컴퓨터 작업 중에는 의식적으로 눈꺼풀을 자주 깜빡여 눈물이 눈 표면에 잘 고이도록 노력하고 작업 시간도 적절히 조절하는 게 좋다.

치료제를 얘기할 때 먼저 꼽는 게 인공눈물이다. 수분층을 보존하는 카르복시메틸셀룰로스와 히알루론산 계열의 무보존제 인공눈물이 많이 사용된다. 하루 5회 이상 인공눈물을 사용해야 할 경우 보존제가 포함돼 있지 않은 일회용 인공눈물을 넣는 게 좋다. 다만 그 인공눈물도 하루 6회 이내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적 눈물 속 면역 성분이 눈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자칫 이러한 보호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제를 통한 안구건조증 증상 완화

인공눈물에 효과가 없고 눈 표면 염증이 동반된 안구건조증에는 항염증 안약을 같이 사용하게 된다. 스테로이드와 사이클로스포린A가 대표적이다.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사용하면 안압이 올라가는 등의 부작용이 많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 아래 주의해서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사이클로스포린은 T림프구를 억제시키는 면역억제제. 요즘 0.05% 사이클로스포린 안약을 많이 사용하는데,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구 오메가-3제제는 마이봄샘에서 지질 분비를 촉진시켜 눈물층을 안정화시킨다. 염증매개물질의 합성을 억제, 항염증 효과도 있어 안약을 사용할 때 보조적으로 같이 복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점액(뮤신) 분비 촉진제와 지질층을 보충할 수 있는 약제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3% 디쿠아포솔, 리포직겔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치료약을 사용해도 상태가 좋지 않은 안구건조증이라면 부득이하게 자신의 혈액을 빼 특수처리한 뒤 자가혈청 성분만 눈에 점안하기도 한다. 자가혈청 내에는 성장인자나 영양분이 눈물보다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구건조증은 사람마다 증상과 각결막의 손상 정도가 다르고 정해진 치료약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진료 후 개인에 따라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도움말 김근해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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