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갈 길 먼 금융소비자 보호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국내 은행 수입 이자 수수료에 의존

회사보다 고객을 우선하는지 의문

규제 개혁으로 금융회사 경쟁 촉진

소비자 중심 경영 마인드 갖게 해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기대 이상의 경영실적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거둔 이익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 없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거둔 이익의 대부분은 국내 기업과 자영업, 개인들을 대상으로 벌어들인 이자와 수수료 수입에 의존한다. 최근 몇 년간 내수 시장 침체와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경영 여건과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이익이 오히려 증대했다는 점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과연 고객과 상생하는 영업을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실례로 은행 이익 증가의 대부분은 경비절감보다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더 많이 올리는 방식으로 예대마진을 증대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비 올 때 우산 뺏기식 영업을 한다는 비난을 받는 주된 이유다.

금융회사는 고객이 맡긴 자산을 선량한 관리자로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 종사자들이 과연 회사 이익이나 개인 이익보다 고객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례로 국내 금융회사들이 판매하는 대표적인 노후대비 금융상품인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금융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 호주의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수익률이 낮은 이유가 정부의 규제나 금융종사자의 전문성 부족에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금융사고로 소비자들의 민원과 피해가 계속 증대하고 있다. 금융사고의 주된 이유는 내부통제시스템의 미비나 단순 실수도 있지만 금융종사자들의 직업윤리나 도덕성에 기인한 사고가 갈수록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험이나 펀드의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고객에게 파생상품을 불완전 판매해 손해를 끼친 대우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손해액의 40%까지 배상토록 시정 조치를 내렸다. 최근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우리사주 오류 배당사건도 금융종사자의 직업윤리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국내 금융 분야에 대한 대내외적인 평가가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에 비견할 만큼 인색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소비자 중심의 경영 마인드 부족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는 어느 금융회사가 이익을 더 많이 냈느냐의 지표보다는 어느 금융회사가 고객이 맡긴 자산을 잘 관리했느냐, 경비 절감과 경영혁신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 더 낮은 대출 금리와 수수료를 제공했느냐의 지표로 금융회사 간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 간 경쟁 촉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감독 당국의 규제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금융사고가 날 때마다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금융 서비스 질의 하락을 초래했다.

소비자 중심의 경쟁 구도로 전환하려면 소비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이 화장품, 가전, 휴대폰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된 것도 얼리어답터인 소비자의 관심과 지적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금융 분야에서는 소비자들의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고 지식도 취약하다. 금융선진국 경우 전문지식을 갖춘 소비자단체들의 활동과 조기 금융교육으로 똑똑한 소비자가 세계 1등 금융회사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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