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출범 1주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에서 출신지역에 따라 고위공무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권 핵심 지지기반인 부산경남(PK)과 호남 출신은 대거 약진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전성기'를 누렸던 대구경북(TK) 출신은 몰락했다. 일부 부처에선 TK 출신이 1급 이상 고위공무원 인사에서 전멸하는 등 'TK 배제'가 현실화된 탓에 "이런 식이면 본적을 바꿔야 할 판"이라는 푸념이 예사다. 특정지역 출신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권 차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일신문이 8일 주요 12개 부처 1급 이상 인사를 살펴본 결과 TK 출신은 쓴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장'차관 포함 고위직 여덟 자리 중 TK 출신이 전무하다. 지난해 9월 고용부는 고위공무원 가급(1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서울과 부산 출신 각 2명, 강원'광주'충북'충남 출신 1명씩을 실장급에 임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TK 출신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금융위 1급 5명 중 PK 출신은 2명이고 서울'경기 2명, 호남 1명이다. 공정위 역시 1급 4명 중 3명이 호남 출신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장'차관 포함 1급 이상 고위직 12명 중 5명(41.7%)이 PK 출신이다. 국토교통부도 1급 9개 자리 중 호남 4명, 서울과 충남 각 2명이 자리를 차지했다. TK 출신은 박재현 수자원정책국장이 유일하다.
그나마 전통적으로 TK 출신이 강세를 보여온 기획재정부에서도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1급 6명 중 이찬우 차관보(영덕), 구윤철 예산실장(성주) 등 2명이 버티고 있다.
이런 탓에 대통령 직속기구의 TK 출신 A과장은 "출향인끼리 모이면 아무래도 인사 배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TK 출신 전멸'이라는 말이 많다"며 "스포일스 시스템처럼 항상 정권 잡은 세력이 좌지우지한다. 인사 상황이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탓에 '직업관료제가 맞긴 한가?'라는 푸념이 많다"고 토로했다.
TK 출신 B서기관은 "'TK 출신 배제'는 그동안 TK 출신 선배들이 시쳇말로 '나만 잘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후배들의 능력을 길러주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내칠 수 없는 실력자를 길러냈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그러면서도 "과거 정권이나 현 정권이나 조선시대 때 남인이 정권을 잡으면 서인을, 서인이 득세하면 남인을 숙청했던 붕당 정치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스포일스 시스템(spoils system)=공무원의 임면을 당파적 충성이나 정실에 의해 결정하는 정치적 관행을 이르는 말로 엽관제(獵官制)라고 번역한다. 1832년 미국 뉴욕주 상원의원이었던 윌리엄 마시의 "전리품은 승리자의 것"(To the Victor Belongs the Spoils)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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