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라는 말은 굉장히 여러 뜻을 담고 있다. '고전음악' 은 지금까지 유럽 역사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완성도가 뛰어났던 약 400년 정도 전부터의 음악작품들을 광범위하게 부르는 말이다. '고전파'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하이든의 활동시기부터 베토벤의 사망시점까지 나타난 작품들을 일컫는다.
음악이건 문학이건 다른 분야의 '고전'이건 뚜렷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인기와 시류에 관련 없는 불변의 가치가 숨어있다는 점이다. 5월이 되면 가족이 함께 감상할 만한 고전음악 2곡을 소개한다. 2곡 다 동물들의 흥미로운 모습이나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
프랑스의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1835~1921)는 모차르트와 맞먹는 천재성을 지닌 만능 음악가로 오페라·교향곡·실내악·협주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다수의 작품을 썼다. '동물의 사육제'(1886년 작곡)는 그의 대표작인데 사자, 거북이, 코끼리, 물고기, 뻐꾸기, 닭, 캥거루 등 개성이 뚜렷한 동물들의 몸짓과 소리, 이미지를 14곡의 짤막한 곡들로 절묘하게 묘사한다.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작풍이나 생상스는 서투른 연주를 하는 학생의 모습(피아니스트)이나 철 지난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는 선배 작곡가들에 대한 풍자(화석) 등도 흥미롭게 실어놨다. 악기 편성은 2대의 피아노와 현악기, 플루트, 클라리넷, 타악기 등이며 제일 유명한 곡은 첼로가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하는 13번째 곡 '백조' 다.
동물들을 의인화해 흥미로운 동화를 꾸민 작품도 있는데,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 작곡의 '피터와 늑대'(1936년 작곡). 프로코피예프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나 혁명을 피해 프랑스와 미국에서 활동한 후, 다시 구소련 체제로 돌아와 생을 마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호기심이 많은 장난꾸러기 소년 피터는 고양이, 새, 오리 등과 친구로 지내는데, 무서운 늑대가 오리를 잡아먹는 것을 보고 다른 동물 친구들과 함께 꾀를 내 늑대를 생포하고 사냥꾼들에게 넘긴다는 줄거리다. 사실적인 대사(내레이션)와 변화무쌍한 악상으로 지루할 틈 없이 그린다. 클라리넷(고양이), 새(플루트), 오리(오보에), 늑대(호른) 등 악기로 캐릭터화한 동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생상스의 작품과 유사하나, 중간중간 줄거리 진행을 도와주는 해설자의 역할이 연주자들 이상으로 중요하다. 2곡을 깊이 감상해보면, '고전음악'이라고 해서 진지하고 무거운 음악을 딱딱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분명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어떤 음악을 듣든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갈 일이다.
배성희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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