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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린 개인전 리안 갤러리…'태' 연작·'0'시리즈 선보여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흙에 담은 생명의 숨결 그리고 존재의 본질

최만린 작
최만린 작 '0' (Zero)
최만린 작가
최만린 작가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로 한국 현대미술사의 한몫을 담당하고 있는 최만린 작가의 개인전이 리안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존재의 본질'(The Essence of Existence)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최 작가는 60여 년에 걸친 예술 인생 가운데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작업한 '태'(placenta) 연작과 '〇'(zero)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대작을 선보인다. 이 두 시리즈는 최 작가의 다른 시리즈에 비해 '유기적' 형태의 추상성이 두드러진 작품들로 직관적 생명성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다.

'태' 연작은 살아 움직이듯 꿈틀꿈틀 거리는 유기적 형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시리즈 중 하나다.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치 생명체가 잉태돼 세포분열을 통해 변태를 거듭하는 것 같다. 때로는 둥근 알에서 굴기하여 상하 혹은 좌우로 뒤틀리듯 뻗어 나가다가 둥근 원형으로 응축되기를 반복하며 유연한 곡선을 이루는 생장을 보여주거나 때로는 자기 복제를 하듯 대칭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모든 존재의 내재적 생명력과 잠재적 메타모르포시스(변형)의 역동성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듯 매우 직접적으로 구현된 것이다.

'〇' 시리즈는 생명성의 본질에 더욱 천착한 결과물로서 개념적 차원으로부터의 초월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알과 같은 타원형이나 원기둥과 유사한 형태, 증식하듯 땅에서 돋아나는 새싹이나 단세포의 원생동물인 아메바를 연상시키는 형태, 그리고 〇의 형태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로 실현된 '〇' 연작은 값이 없는 수인 제로이자, 도교의 무(無), 불교의 공(空)과 유사한 상태이다. 원형은 시공간적 의미에서의 시작과 끝의 경계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우주적 차원의 영속적 순환, 태초의 우주 생성기의 허공의 비어 있는 상태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최 작가가 〇라는 제목을 부여한 이유는 반대로 이와 같은 모든 기존의 개념적 의미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이다.

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마주함에 있어서 "모든 기존의 개념적, 이론적 틀을 배제하고 즉각적인 감각의 영역에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작가의 조각은 청동의 매끈한 질감의 형태로 실현되지만 실제로 접촉하며 호흡하고 교감하는 재료는 '흙'이다. 최 작가 역시 "자연과 생명의 숨결을 흙에 담아서 마음의 울림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성신영 전시 디렉터는 "따라서 최만린이 다루는 존재의 생명성은 단순히 미시적 관점의 인간, 혹은 물리적 생명체로서의 존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 차원의 근원적 본질로서의 '보편적 존재'에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7월 7일(토)까지.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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