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원 이전' 소문 연호동, 투기꾼 판친다

택지개발 보상 노리고 몰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도 3.3㎡당 1천500만원 육박

법원 이전이 추진 중인 대구 수성구 연호동 공공주택지구(가칭 연호지구) 사업 터가 막바지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민공람절차가 예상보다 한 달가량 지연되면서 투기 세력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탓이다.

10일 오전 수성구 연호지 인근 마을. 법원 이전이 유력하던 지난 3월에 서둘러 공사 중이던 공동주택 두 채(본지 3월 22일 자 1면 보도)는 이미 준공 승인이 끝난 상태였다. 전입신고까지 마친 대다수 입주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곳에 법조타운 조성과 택지개발에 나설 경우 보상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은 연호지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인데도 주택 거래가가 3.3㎡ 당 1천500만원에 육박한다고 입을 모았다. 5대째 연호동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40)은 "지난 2016년부터 공동주택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70~80가구가 전입했지만 밤에 불 켜진 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마을 주변엔 보상을 노린 공무원들이 투기를 주도한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연호동 일대에 투기 세력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주민공람절차가 늦어진 탓이 크다. LH는 지난 3월 공공주택지구 지정 제안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대구시와도 합의점을 찾은 후여서 늦어도 4월에는 국토부가 주민공람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람절차가 시작되면 사업지 내 모든 개발행위가 제한되고 이후 입주자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주민공람절차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정부 부처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주민공람절차를 앞두고 있는 전국의 택지개발안과 연호지구를 함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이후 2차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국토부가 연호지구를 대표 사례로 발표하려고 뜸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속이 탄 대구시가 수성구청과 함께 주민공람을 재촉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토부의 늑장 대응으로 공공주택사업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며 "법적으로 투기 방지 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하루빨리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연호동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땅값이 폭등하면 보상가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는 등 투기 세력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주민(58)은 "외지인끼리 땅을 사고파는 폭탄 돌리기 행태가 만연하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부 등 다른 중앙 부처들과의 협의 과정도 필요했다"며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주민공람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