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호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제 북미 정상회담은 협상 목표와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게 될 것이다. 북미 회담 날짜와 장소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발표되지 않았다. 확정된 날짜도 5월 말보다 다소 늦어진 감이 있는 이유는 그동안 물밑협상 과정에서 양자 합의가 생각만큼 진전되지 않아서 늦어진 게 아닌가 싶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고, 결과물이 만들어지더라도 북한의 행동과 의지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과 북한의 협상 과정에서 결국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건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상당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협상을 할 때 장소가 주는 의미도 상당히 중요한데 판문점보다 북한이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는 환경인 싱가포르가 오히려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선 어느 정도 협상의 큰 줄기가 잡혔으니 북미 정상회담도 최종적으로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핵무기 폐기와 체제 보장에 있어 미국과 북한이 내놓을 범위와 속도 조율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원칙이 바로 '동시행동의 원칙'이다. 단계별로 일정 수준을 정해놓고 동시에 진행하자는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면 제재를 완화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으면 수교를 맺는 식의 과제부터 설정해놓고 동시에 실행해 나가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협상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미국이 강하게 나오기보다 오히려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한발 양보해 북핵 완전한 폐기를 미뤄놓는 등 우리가 만족하지 못하는 협상 수준이 나온다면 우리 내부 세력들이 못 견디지 않을까 싶다.
판문점은 메시지와 상징성이 너무 강하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미국에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한국 정부는 장소와 상관없이 북미 회담이 결과적으로 잘 성사될 수 있도록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김정수 대구대 창조융합학부(전 통일부 인도협력국장) 교수
북한과 미국 정상들이 현재까지 쏟아내는 말로 봐서는 상당히 낙관적으로 바라봐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정상회담 성격상 관련 요구 사항이나 의제에 대해서 양측이 어느 정도 합의한 게 없다면 그런 발언들을 내놓을 수 없다.
북미 정상회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회담 전에 미국이 북한에, 북한이 미국에 요구했던 내용들이 어느 수준까지는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미 정상회담은 세계사의 대변환이다. 그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그 평화를 바탕으로 통일로 나아가는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다. 과거에는 갈등, 대립, 경쟁, 승리에 목표를 뒀다면 화해, 협력, 관용, 배려 등 소위 말하는 미국 사회 덕목들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아가 평화협정이 맺어진다면 비로소 우리의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인류애가 없으면 아무리 기교를 잘해도 받을 자격이 없다. 분단사회에서는 북한을 끌어안는 작품을 낼 수 없었는데 평화체제로 들어서면 문학적 폭도 넓어지니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된 조치들은 실무적 차원에서 어느 정도 협상이 진전됐다고 판단된다. 그 수준까지 오지 않고서는 정상회담을 확정 짓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다소 정상회담 날짜가 늦어진 것은 다른 변수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양자 간에 협상이 조금 더 필요한 부분들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트럼프 미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받는 기대가 있어 과거와 같이 신뢰를 깨는 행동을 북한이 취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등 굉장히 고무적이기 때문에 판을 깰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양측은 회담 전까지 치열한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이 극적인 효과는 노릴 수 있으나 이미 남북 정상회담 도보다리. 북중 정상회담 해변가 산책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에 트럼프가 직접 평양을 갈 게 아니라면 판문점도 흥행 면에서는 떨어진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정상회담 장소로 많이 활용됐고 실무진 차원에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라 적절한 장소다.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동안 노련한 협상가 기질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무대에 전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간의 회담은 단순히 전망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많다. 현재 모든 것들이 물밑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을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수용한다면 다행이나 만약 그냥 노력하겠다는 수준으로 끝낸다면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높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도 북미 회담이 상당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서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는 측면에서 가지 않았느냐는 전망이 강하기 때문에 북미 회담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
북한의 체제보장과 평화협정 체결 방안 등도 면밀히 들어가면 복잡하기 때문에 얼마나 북한이 원하는 수준으로 협상될지 알 수 없다. 앞으로도 진행될 물밑작업에서 양자 간 합의가 얼마나 더 이뤄지느냐에 따라 회담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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