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5월 가정의 달

경제 문제에 육아 부담 만만치 않아

日 남성 4명 중 1명 50세까지 미혼

결혼 전제한 사회제도 바뀌고 있어

비슷한 한국 '가정의 달' 변화 주목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어찌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겠다고 왔느냐?" 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항상 이런 질문을 했고, 그때마다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고 거창한 설명을 했다. 실은 딸아이 제대로 시집보내려면 이국땅이 아니라 한국에서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엄마의 고집을 따랐을 뿐이다. 그런데 잘못된 말은 아니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비행기라고는 신혼여행 때 처음 타본다는 남자랑 결혼을 해서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다. 아들을 군에 보내면서 "대한민국 여자로서 더 이상의 애국이 있겠는가"라면서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러니 결혼은 바로 나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었다.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동생은 마흔이 넘어서 결혼을 했고, 부인은 일본 여자다. 노총각이 미국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노랑머리도 좋고 검은 피부도 좋으니 짝을 찾아오라고 간절히 바랐는데, '오카상'이라고 말하는 며느리를 데리고 왔으니 감지덕지하다.

일본도 5월은 어린이날 어머니날로 분주하다.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머니날이다. 아버지날은 6월 셋째 주 일요일이다.

그나저나 나는 왜 이 시점에서 인구학을 전공한 게이오대학 쓰다 노리코(津谷典子) 교수의 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사회제도는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질 것이라고 대부분 전제하고 있지만, 이런 전제가 바뀌고 있다." 일본의 출산율은 2015년 기준으로 1.45명. 출산장려 지원 등으로 출산율이 소폭 올라가고 있다고 하지만 출산을 할 수 있는 여성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가장 큰 요인은 결혼의 감소"라고 보았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서는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생애 미혼율'을 조사했는데, 2015년 기준 남성은 23.4%, 여성은 14.1%로 나타났다. 이른바 일본인 남성 4명 중 1명, 여성 7명 중 1명은 50세가 될 때까지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셈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경제적 문제를 그 첫째로 꼽는다. 육아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것만이겠는가. 결혼해서 엄마가 되는 것보다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여성이 늘어났다. 자신의 정체성을 가정보다는 사회에서 찾고자 한다. 일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만화 원작의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서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일본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엿보았다. 주인공의 계약결혼을 중심으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 현상을 다양한 남녀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있다.

좀 잘난 남자가 ①결혼의 메리트는 무엇일까? ②굳이 없어도 되는 물건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③혼자서 결정해도 되는 일이 상호 동의가 필요한 번거로움으로 발전 등을 말하면서 결혼을 거부한다. 한편 미혼보다는 돌싱이 낫다는 '고령 처녀'는 ①왜 아직 미혼인가 탐색당하지 않는다. ②단 한 사람의 상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싶다. 여기 있어 달라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아줌마들 마음에도 쏙 드는 대사를 늘어놓는다.

일본은 2000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됐지만, 연금 납입자가 수급자보다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도 일본도 5월 가정의 달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 것인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생각하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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