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자담배 탓?…금연클리닉 등록 확 줄었다

대구 1∼3월 신규 등록 4,375명, 지난해보다 35.9%나 줄어들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면서 금연클리닉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4일 오후 동대구역 흡연공간에서 한 시민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면서 금연클리닉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4일 오후 동대구역 흡연공간에서 한 시민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해마다 금연을 시도하던 직장인 이모(43) 씨는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꾼 뒤로 금연 생각을 접었다. 담배를 피워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데다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담배 맛을 느낄 수 있어서다. 이 씨는 "건강도 해치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생각에 담배를 끊으려 했는데, 이젠 딱히 금연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전자기기로 연초를 가열해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면서 금연클리닉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반 담배보다 냄새가 적고 유해성이 덜하다는 이유로 흡연자들이 대거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유해성에서 별 차이가 없는 데다 금연 욕구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아이코스, 글로,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는 국내 담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출시된 지 7개월 만에 국내 담배 시장의 10%를 차지했다.

직장인 이모(55) 씨는 "금연이 힘들어서 지난해 12월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꿨다"면서 "써보니 금단 증상도 덜하고 확실히 기침이나 가래가 덜한 것 같다. 금연의 중간 단계쯤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금연클리닉 등록 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구 시내 8개 구·군에 따르면 올 1~3월 보건소 금연클리닉 신규 등록자 수는 4천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천824명에 비해 35.9% 줄었다. 민간 병·의원에서도 금연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규 등록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대구시 한 보건소 관계자는 "금연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된 이유도 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보급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냄새가 적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나쁘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없다고 지적한다. 박순우 대구가톨릭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흡연하는 방식만 다를 뿐 유해성이 덜하다는 결과는 없다. 금연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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