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자살자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10'20대의 자살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14일 발표한 '2018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국내 자살 사망자는 2011년 1만5천906명에서 2016년 1만3천92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그러나 2016년 기준 10대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전년 대비 0.7명, 20대 자살률도 전년 대비 0.01명 늘었다.
수치로 보면 소폭이지만, 다른 연령층에서 감소한 것에 비하면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경우는 정체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증가한 것이니,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백서에서는 청소년이 자살을 생각하는 주된 이유가 '학교 성적'(40.7%)과 '가족 간 갈등'(22.1%)이라고 밝혔다.
두 이유를 합쳐 보니, 성적을 이유로 자식을 나무라고, 더 나아가 폭언에 폭력까지 행사하는 일부 부모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사실 이 구도는 다 큰 젊은이들에게도 적용된다. 한 60대 아버지는 사법시험에 잇따라 낙방한 30대 아들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숨지게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버지는 사건 당일 부인이 아들의 취업을 기원하는 굿을 하겠다며 집을 비운 사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2014년 11월 8일 자 매일신문)
이건 좀 극단적인 사례지만, 적잖은 부모가 둔기 대신 말(言)로 자식의 못난 '성적', 번번이 낙방하는 '취업', 때를 놓친 '결혼' 문제를 나무란다. 부모들 나무람의 근거는 자식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체면'인 경우도 적잖다. 정확히 말하면 두 문제가 묘하게 섞여 있다. 자식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다르지 않겠지만, 이왕이면 남들에게 자랑해 그런 자식을 키워낸 자신도 빛나 보이길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식이 잘되는 건 차차 두고 볼 일이지만, 자기 자신이 빛나는 건 당장 오늘 저녁에라도 동네 엄마들 모임이나 부부 동반 계모임에서 '자식 자랑'이라는 '썰전'으로 전개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성과를 빨리 내도록 자식을 닦달하게 되는 것 아닐까. 후자가 되면 전자도 당연하게 따라올 것이라 믿으면서.
이렇다 보니 자식이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다가 삐뚤어지는 경우가 적잖다. 어느 20대 백수 여성은 자신의 장래를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승용차를 선물했다. "네가 무슨 돈이 있어 차를 샀느냐"고 묻자 "유명 파워블로거라서 관련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아 싸게 차를 샀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백수였던 딸이 파워블로거가 됐다고 믿은 어머니는 이 사실을 친척에게 자랑했고, 딸은 어머니의 체면을 살려주고자 현금서비스 및 신용대출 빚까지 내가며 친척들의 명품 구매 대행 부탁을 들어줬다. 결국 딸은 사기에까지 손을 댔다 붙잡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2016년 3월 30일 자 연합뉴스)
자식의 장래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이 아닌, 부모의 체면 문제까지 뒤섞은 걱정은 자칫 '스토킹'이 될 수도 있다. 이게 자식의 자살을 비롯해 야만스러운(?) 가족사를 일으킬 수 있다. 자식에 대한 총애가 과한 기대 및 지나친 간섭으로 변질해 빚어낸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의 비극이 옛날 얘기만은 아닌 듯싶다.(1762년 7월 12일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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