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고속도로 뚫린 청송의 꿈

경상북도의 내륙 낙후지역인 청송 소재지로 가는 길은 대구를 기준으로 크게 두 갈래였다. 영천 화북면~청송 현서면의 노귀재를 거치거나 안동에서 청송 진보면을 통하는 길이다. 이는 청송 파천면을 지나는 당진~영덕고속도로가 2016년 12월 개통하기 전까지 상황이다. 이제 청송 연고자나 관광객들이 청송을 가는 길은 사실상 하나다. 돌고 돌아가는 영천, 안동 코스 대신 중앙고속도로와 연결해 청송으로 차를 타고 달릴 수 있다. 군 소재지는 1시간 30분, 대표 관광지인 주왕산은 2시간 정도면 된다. 주왕산이 영천 쪽에 치우쳐 있지만 당진~영덕고속도로를 통하는 게 국도보단 더 빠르다. 고속도로의 괄시 못할 능력이다.

크게 바깥나들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대구경북 사람이라면 청송과 한두 가지 인연을 쌓고 있을 것이다. 기자 초년 시절 신혼살림을 청송에서 차렸는데 약 2년간 주말부부로 열심히 청송을 다녔다. 영천에서 청송 가는 길 곳곳은 비포장 자갈길이었다. 진보~청송 국도가 당시 국회의원의 맨발 시위로 포장된 시절이었다. 열악한 도로 사정에도 청송의 잘 알려진 관광지뿐만 아니라 골짜기까지 참 많이 다닌 기억이 있다. 젊은 시절에 흠뻑 젖은 청송의 아름다운 자연이 경상북도 도청 이전과 고속도로 개통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국제슬로시티인증, 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개최, 청송민예촌 개관, 대명리조트청송 개장 등으로 청송의 브랜드 가치가 달라졌다. 지난해 4월 청송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는 제주도에 이은 국내 두 번째로, 내륙에서는 처음 이룬 쾌거다. 최근 광주 무등산이 포함되면서 국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세 곳이다. 청송군은 앞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센터를 유치, 국내 세계지질공원의 거점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지질공원센터를 유치하면 지질공원 조성과 홍보, 세계 각국 지질공원과의 국제협력, 해설사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유네스코 브랜드를 발판삼아 청송을 지질공원 교육도시, 국제협력 도시로 성장시킨다는 복안이다. 기존 청송을 대표한 사과와 주왕산도 업그레이드했다. 청송 사과는 지난달 24일 열린 '2018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6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주왕산은 인근 주산지, 얼음골 계곡과 함께 관광힐링 도시 청송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청송의 변신에는 지역민들의 부단한 노력 이면에 자치단체장의 남다른 의지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군정을 이끈 한동수 군수가 큰 역할을 했다. 청송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쌓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 군수가 많은 일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유무형 자산의 가치를 알고 효율적으로 잘 개발했다는 것이다. 한 군수는 기술직 공무원으로 대구시에서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굵직한 도시철도 건설 사업을 이끈 경험을 청송에 잘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낙후한 환경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를 활용한 사업을 기획, 추진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홍보해 '청송의 힘'으로 만들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자치단체장의 능력은 오롯이 지역의 힘이다. 비단 청송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한마음으로 능력 있는 지도자를 기대하고 있다. 지방 소멸의 우려가 점점 짙어지는데 새로 수장이 될 단체장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을 갖춘, 각오가 단단한 후보자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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