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스승의 날 단상

이번 주 화요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바뀐 법 때문에 카네이션 드리는 일도 조심스럽게 되었지만, 차별 없고 부담 없는 사제지간을 새롭게 만들어간다는 의미로 조금씩 적응해 가야 할 듯하다.

이와 상관없이 걱정되는 일도 있다. 일부 대학에서 재정 문제와 교원 채용 문제로 인해 실기 지도 강의 시수를 조정한다고 한다. 다른 분야와 달리 음악, 그중에서도 실기 연주 지도는 일대일 교육이 필수인바, 그렇지 않은 수업들과 동등한 기준으로 시수를 계산해 늘리거나 줄인다면 가르치고 배우는 선생과 학생이 모두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성악 지도 등에서 한 명의 선생이 한 학생을 지도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지휘자는 어떨까? 어지간한 음악 애호가라도 지휘 레슨을 지켜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오케스트라나 피아노로 관현악곡을 연주하고 그것을 지휘하는 학생을 보며 적절한 코멘트를 던지는 방식의 지휘 레슨은, 다른 분야보다 특히 가르치는 선생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주빈 메타, 이반 피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지휘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 사람의 스승에게서 배운 제자들이라는 것. 이들을 가르친 선생님은 한스 스바로프스키(1899~1975)라는 인물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스바로프스키는 명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게서 지휘를, 역시 최고의 작곡가였던 아널드 쇤베르크에게 이론을 배웠다.

슈투트가르트에서 활동을 시작한 스바로프스키는 함부르크, 취리히, 크라쿠프 등에서 경력을 쌓은 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7년부터 비엔나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유명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그를 빈 국립 가극장의 상임지휘자로 청한 사실이 있을 정도로 지휘자로서의 능력도 뛰어났다. 스바로프스키는 생전에 말러를 비롯해 하이든, 모차르트 등 빈을 중심으로 활동한 작곡가들의 곡 해석에 강했는데, 악보의 원칙에 충실했던 스스로의 지휘 스타일과 달리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닐 수 있도록 교육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휘자 프리츠 라이너는 저명한 지휘자인 동시에 교육자였다. 라이너는 매우 엄격하고 타협하지 않는 성향으로, 지휘 모션이 아주 작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의 제자 중 가장 유명해진 인물은 지휘 동작이 매우 컸던 레너드 번스타인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어째서 그를 내버려 두었느냐고 묻자 라이너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는 천재니까." 훌륭한 스승들은 진정한 재능을 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고유의 개성을 꽃피우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알았던 사람들인 것 같다.

배성희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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