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를 공부하는 배혜연(21·부산) 씨는 최근 대구 남구 서봉사의 지장시왕도(보물 제1856호)를 보러 사찰을 찾았다가 헛걸음만 했다. 사찰 측이 보존 작업을 하려고 그림을 경기도 용인으로 옮긴 탓이었다. 배 씨는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불화여서 어렵게 시간을 내 찾아왔는데 볼 수가 없었다"면서 "문화재청 홈페이지는 물론 사찰 어디에도 왜 불화가 없는지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고 황당해했다.
보존처리나 연구, 외부 전시 등을 이유로 소재지를 벗어나는 문화재에 대한 안내가 부실해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문화재의 소재지가 바뀐 사실을 문화재청만 파악할 뿐 일반인들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15일 찾은 서봉사 곳곳에는 지장시왕도와 관련된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명부전 앞 안내판의 QR 코드를 이용하면 불화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불화가 있어야 할 명부전 내부 벽면은 휑하기만 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과 남구청 홈페이지, 사찰 내부에도 왜 그림이 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서봉사 관계자는 "보존 상태가 좋지 못해 복원을 맡겼다"며 "언제 다시 전시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서봉사 지장시왕도는 올해부터 경기도 용인에서 보존처리 작업 중이다. 서봉사는 지난달 19일 소재지 변경신청을 했지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소재지 변경 신청을 하면 문화재청이 확인 후 변경 장소를 등록하지만 일반에 공개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잦은 소재지 변경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국가 소유가 아닌 문화재까지 모두 관리하기엔 현실적 제약이 있다"면서 "문화재를 소유한 기관단체가 안내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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