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내 머릿 속의 지우개

저의 요즘 단상을 이렇게 풀어봅니다.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어요. 생각대로, 바라는 대로 풀리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기에 애가 타고 마음이 쓰여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떤 것이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법일까. 고민스럽답니다. 머리가 복잡해요. 온통 생각은 그것에 갇혀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다른 것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여유가 없어요. 답답해요. 막막해요. 지쳐요."

이런 복잡한 맘속에 답을 찾았습니다. "Delete". 지워 볼까요. "내 머릿속의 그것을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우기로 선택하고, 단호하게 쓱싹쓱싹 지워 봐요. 단 한순간만이라도. 그 순간만이라도 자유로움과 여유를 만들어 보자고요. 아마도 그 쉼의 시간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기다림의 시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고민거리를 뒤로하고 좋아하는 것,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것에 집중해 보면 잠시 머리가 맑아집니다. 맛있는 음식에 미각을 집중시키고, 흐르는 멜로디에 젖어 몸과 마음을 맡기고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도 하고, 땀에 흠뻑 젖을 만큼 격렬하게 움직여 보기도 해요. 편한 자세로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하고, 고개를 젖혀 높고 넓은 하늘을 보며 큰 숨을 쉬어 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따뜻한 가슴을 느껴 보기도 해요. 무겁고 어두웠던 머리와 마음을 가볍고 밝은 머리와 마음으로 환기시켜 봅시다.

분명 고민에 쌓여있던 나와 또 다른 나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대응력도 지혜도 한결 성숙해져 있을 거고요.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지우개로 지우기가요. 지우려 해도 자꾸 생각나고 지워도 다시 그려지니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지우기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의식적으로 한 번, 두 번, 세 번…. 반복하고 훈련하는 연습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에 휴식의 시간을 부여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같은 각박하고 복잡한 사회 환경에서 견디고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자기방어 기술이 아닐까요.

"Sleep on it, consult the pillow."(자면서 베개와 상담하세요) 잠시 지우고 휴식하면 그 어려웠던 문제도 조금은 쉽게 풀리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와 밤은 지우기 연습으로 쉼을 만들어 보는 날이 되어 보기로 해요. 우리 모두 다른 내일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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