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에 누운 쏘톤(31·캄보디아) 씨의 잿빛 얼굴에는 피로감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괴사성 췌장염으로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한 달간의 입원치료를 거쳐 목숨을 건진 덕분이다. 입원 기간 내내 쏘톤 씨의 곁을 지킨 약혼자 샤폿(25) 씨가 걱정스러운 손길로 쓰다듬었다. 쏘톤 씨는 그런 약혼자를 바라보며 괜찮다는 눈빛을 보냈다.
◆생사 고비 넘겼지만 평생 후유증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쏘톤 씨는 수차례나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렸다. 지난해 12월부터 통증이 심해졌고, 3차례나 병원을 찾았지만 특별한 병이 아니라는 진단만 받았다.
쏘톤 씨가 급히 응급실을 찾은 것은 지난달 7일 늦은 오후. 일과를 끝내고 퇴근 후 쉬던 중 복통이 또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급히 택시를 타고 병원을 찾았을 땐 괴사성 췌장염이 이미 심각한 상태까지 진행돼 있었다.
항생제와 수액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좋지 않았다. 체온이 40.5℃까지 올랐고, 호흡이 심하게 가빠졌다. 기도삽관을 통한 인공호흡기 치료가 시작됐고, 사흘째 되던 날에는 사망 가능성이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료진의 진단까지 받았다. 쏘톤 씨는 그 후로도 열흘 동안 의식이 없었다. 다행히 항생제 등 약물치료가 효과를 보이며 점점 회복돼 의식을 되찾았다. 현재는 미음으로 식사도 할 수 있는 상태다.
약혼자 샤폿 씨는 "호흡기 연명치료를 할 때는 얼굴을 포함해 온몸이 퉁퉁 부어 누군지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였다"면서 "잘못되는 줄 알고 사흘간 밥도 못 먹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며 눈물을 지었다.
쏘톤 씨 역시 "죽다 살아났다. 눈을 뜨니 병실 불빛이 노랗게 보이고 많이 아파 숨을 가쁘게 쉬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때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쏘톤 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남은 후유증이 깊다. 췌장이 인슐린 분비 기능을 상실해 인슐린 주사를 평생 맞아야 한다.
◆고향집 생활고·동생 학비 걱정
쏘톤 씨는 지난 2013년 한국에 왔다. 4남 1녀 중 장남으로 동생들의 교육비를 벌려고 캄보디아에서 식당일을 했지만 집안 살림은 늘 빠듯했다. 60대인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돈으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웠고 동생들의 학비도 늘 걱정이었다.
쏘톤 씨는 "막냇동생은 9살이라 앞으로도 집에 돈 들어갈 일이 많다. 캄보디아 근로자들은 일반적으로 월 3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지만 한국에서는 200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해 한국에 올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한국에 온 그는 성주의 한 돼지농장에서 9개월간 일했다. 이후에는 지역의 한 자동차부품 공장으로 옮겼다. 매달 150만원 정도를 받으면 100만원을 집으로 부쳤다.
성실히 일하며 인연도 만났다. 1년 전, 한국인 친구의 소개로 샤폿 씨와 인연을 맺은 것. "두 사람 모두 너무 착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친구가 소개해줬어요. 실제로도 서로 잘 맞아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했죠." 두 사람은 쏘톤 씨의 치료비가 해결되는 대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다.
그러나 치료비를 갚는 일은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쏘톤 씨가 내야 할 치료비는 2천900만원 정도다. 캄보디아에 있는 부모님이 다시 보내준 돈과 캄보디아 출신 지역 불교인의 도움 등으로 500만원을 마련했지만 나머지 치료비는 막막한 상황이다. 두 사람 모두 일을 그만둔 상태이고 쏘톤 씨의 아버지도 지난해 두 차례 대장질환 수술을 받는 등 몸이 성치 않은 터라 도움이 절실하다.
쏘톤 씨는 "목숨을 구해준 의료진에게도 감사하고, 옆에 있어 준 여자친구에게도 고맙다. 앞으로 열심히 살면서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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