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노동신문의 욕설

'글을 쓰면서 욕설은 기본이고, 예사로 억지와 강다짐을 부린다. 적대적인 국가와 인물에 대해서는 온갖 험담과 악감정을 쏟아 넣어 적개심을 표현한다.'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신문을 만들면 하루 만에 신문사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북한의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45년 창간 이후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어투로 신문을 제작했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신문 중의 신문'으로 군림하고 있다.

20일 자 노동신문 6면에 나온 '홍준표의 추악한 진실-오명 대사전'이라는 기사는 언어폭력의 결정판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민족 내부에 아직 이러한 인간 추물, 인간 오작품이 살아 숨 쉬며 발광한다는 것은 민족의 수치"라고 했다. '홍갱이(홍준표+빨갱이)' '홍돈표(홍준표+돈)' '홍럼베'(홍준표+트럼프+아베) 따위의 표현도 썼다.

아이들 장난처럼 유치하기도 하고, 깡패가 내뱉는 광기처럼 섬뜩한 느낌도 든다. 정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배배 꼬이고 편견에 가득 찬 이가 쓴 글로 보여질 뿐이다. 홍 대표는 인기가 바닥인 정치인인데, 오히려 노동신문의 욕설로 인해 조명을 받게 됐으니 코미디와 비슷한 상황이 됐다.

노동신문의 막말은 원래 유명하다. 얼마 전까지 논평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시급히 정신병동에 가두어야 할 미치광이' '무려 7분이나 구린 입, 지린 입을 마구 놀려대며 우리 공화국을 미친개처럼 헐뜯어댔다' '미치광이 대통령이 저지른 만고죄악을 단죄한다'….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 전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추악한 친미분자' '천둥에 놀란 허재비들의 가소로운 객기'라는 표현도 썼다.

이들은 거친 표현과 막말을 선전 선동의 기본으로 여기는 듯하다. 욕설과 막말은 악에 받친 약자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견해와 입장을 대변하는 매체다.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내려주는 지침을 그대로 따라하는 '나팔수' 역할을 하는 곳이므로, 신문의 논조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서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정서 및 언어 순화가 시급하게 필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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