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체포특권 내려놓겠다더니, 또 제 식구 감싼 국회

국회는 21일 자유한국당 염동열, 홍문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염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청탁 의혹 등, 홍 의원은 사학재단을 통한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이날 부결로 체포는 물거품이 됐다. 국회는 또다시 방탄 역할을 했다. 동료들의 부결 지원 사격으로 이들은 분명한 범죄 혐의에도 자유의 몸으로 온 데를 휘젓게 됐다.

이는 법치가 근간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반 국민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우리 국회에서 유독 잦은 현상이다. 바로 국회의 불체포특권이란 구시대적인 반칙 탓이다.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의정 활동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돼야 할 특권이 남발되는 바람에 오랜 세월 적폐로 치부됐다. 그랬기에 국회는 새로 출발할 때마다 여야 의원 스스로 이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맹세를 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를 세상에 알려 앞으로 달라질 국회라며 자랑하듯 했다.

지난 2016년 6월 30일 당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3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과 만나 국회의원 회기 중 불체포특권 포기를 합의하고 국회의장 직속의 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한 일이 그렇다. 자유한국당은 특히 올 3월 혁신위원회를 통해 불체포특권 폐지 등 여러 혁신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또 의원들 역시 이런 특권 폐지와 포기 약속을 입에 달고 다닌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국민들이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반칙 특권이 사라질 것으로 믿은 까닭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뭇 약속과 맹세가 헛되었다. 이번 표결을 보면 더욱 그렇다. 부결 참여 의원은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민주당은 의원 총회까지 열고 체포동의안 찬성을 권고하는 당론을 내렸음에도 이랬으니 횡행하는 적폐 청산 구호가 얼마나 헛되고 빈말인지 새삼 절감할 뿐이다. 이러고도 쌓이고 널린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내 안의 적폐부터 없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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