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속한 인도 설치 않아, 차도로 다닐 판" 포항블루벨리 원주민 주장

주민들 "유치원 부지까지만 설계"…LH "주민들은 사업지구 밖 편의시설 공사는 의무 아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일대에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이하 포항블루밸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땅장사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유치원 부지를 팔기 위해 주민들을 교통안전사고 위험에 내몰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포항블루밸리 조성에 따라 거주지를 잃게 된 주민들(26가구)은 주변 땅을 매입해 집단 거주지를 만들고 있다. 주민들의 거주지를 사이에 두고 왼쪽 300m 지점에는 식당·마트·헬스장 등 편의시설이, 오른쪽 300m 지점에는 유치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LH는 당초 주민편의시설과 주민 거주지를 잇는 인도를 약속했으나, 실상은 유치원만 잇는 인도만 설계했다.

주민들이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선 유치원 인도를 통해 1㎞ 가까이 길을 돌아가야 한다. 주민들이 고령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인도를 통해 둘러가는 길보다는 트럭과 승용차 등이 위험하게 달리는 도로로 이어지는 300m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야간의 경우 노인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 측은 2015년 LH가 블루밸리조성 반대 시위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이주단지와 편의시설을 잇는 도로를 인도까지 포함해 설계해주기로 약속했으나, 비용 등의 이유로 최근 도로만 덩그러니 만드는 것으로 공사를 마무리 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남섭 포항블루밸리이주민대책공동위원장은 "포항블루밸리 준공이 6개월 이상 연기되면서 이주단지 조성 공사도 늦춰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도 등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시설이 제대로 갖춰 지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 분노가 치민다"면서 "앞서 3.3㎡당 10만원도 안 되게 땅을 매입한 뒤 200만원 넘게 생활대책용지로 분양하며 땅장사를 하던 공기업 LH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업인지 되묻고 싶다. 이번에도 유치원 부지 주변에만 설계변경을 통해 인도 등을 설치하기로 한 것은 유치원 부지를 비싸게 팔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했다.

김익태 공동위원장은 "포스코가 포항블루밸리 땅 상당 부분을 앞으로 3년 이내에 매입하고 신소재 신성장 산업을 육성한다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포항의 어려운 경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포항시와 포스코가 적극 나서 LH를 돕고 있는 와중에도, LH는 그저 돈벌이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LH 측은 "주민 집단 거주지가 블루밸리 사업지구 외곽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LH에서 편의시설 공사를 해줄 의무가 없다. 지구 내를 잇는 인도는 모두 잘 정비돼 있다. 또 유치원 쪽의 인도 역시 처음에는 없었지만 편의를 위해 만들어준 것일 뿐 주민들이 주장하는 '유치원 부지를 팔기 위한 장삿속'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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