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문 열렸는데, 금강과 다른 낙동강

수심 깊어 수질 개선 미미, 흐름 정체 갈매기도 출현…농민은 "더 열면 용수 부족"

23일 대구 화원유원지에서 본 낙동강. 성일권 기자
23일 대구 화원유원지에서 본 낙동강. 성일권 기자

22일 오후 대구 달성군 낙동강 강정고령보. 강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검었다. 흐름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체돼 있었고 주변에는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늘 위에는 내륙과 어울리지 않는 새가 날았다. 바닷가나 강 하구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갈매기였다. 강 위를 날던 갈매기는 먹이를 찾아 이내 모습을 감췄다. 낙동강 중류에 갈매기가 나타난 건 수년 전부터다.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낙동강 보 건설로 물이 정체되고 수심이 깊어지면서 잉어나 붕어, 미꾸라지 등의 먹잇감이 늘었고, 깊어진 하천을 따라 내륙까지 올라오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하천의 생태계가 그만큼 변화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부가 수질이 크게 악화된 4대 강의 보 10곳의 수문을 열었지만 낙동강은 수위 하락이 미미하거나 원래 수위로 돌아와 수질 개선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높다. 수위를 확 낮춘 후부터 수질 개선이 뚜렷한 금강 유역의 보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낙동강의 개방 대상 보 5곳(상주·강정고령·달성·합천창녕·창녕함안) 가운데 강의 수위를 목표 수위까지 낮춘 곳은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두 곳뿐이다. 그나마 강정고령보도 지난 21일 현재 관리 수위인 19.5m보다 불과 0.78m 낮아진 18.72m를 기록했고, 달성보도 관리수위(14m)보다 불과 0.2m 내려간 13.82m를 기록했다. 다른 낙동강 보 3곳은 "봄철 마늘 농사에 필요한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달성군·고령 지역 농민들의 반발로 기존 수위를 회복한 상태다.

반면 지난해 11월 수문을 개방하고 수위를 절반 가까이 낮춘 세종보는 맑았던 금강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세종보 주변 하천은 기존 관리수위인 8.75m보다 4.4m가량 낮은 4.36m까지 수위가 내려간 상태다. 정수근 대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강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쌓였던 시커먼 뻘이 씻겨 내려갔고, 황금색 모래톱과 자갈이 생겨났다. 이후 꼬마물떼새와 왜가리, 백로 등 물새들의 개체 수도 크게 늘었다." 고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금강 유역의 보 3곳은 1.6~4.4m가량 수위를 낮췄고, 영산강 유역의 보 2곳은 수위가 2~5m가량 줄었다.

그러나 농번기를 맞은 농민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경북지역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강 수위를 낮추면 유량이 줄어 가뭄 때 물을 확보하기 힘들어지고, 양수시설에도 부하가 걸린다"면서 "수위 하락에 대응해 양수시설 취수구 신설 공사도 해야 하는 등 해결 과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올해 말까지 4대강 수질을 모니터링해 보의 처리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 수위 변화 등에 따른 수질 개선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연말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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