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 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갈등을 빚고 있다니 좀 우스꽝스럽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서로 오기를 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둘 다, 시대적인 과제인 개헌안을 볼모로 정국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여 한심하다.
민주당은 24일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소집한 만큼 야당이 거부하거나 출석하지 않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자진 철회할 계획이 없다며 공을 국회로 미뤘다.
한국당은 원래 대통령 개헌안을 반대했으니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23일 '문 대통령께 개헌안 철회를 정중하게 요청합니다'라며 간곡한 자세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표결 불성립, 또는 부결된다면 단지 대통령 개헌안의 좌초가 아니라 개헌 논의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야 3당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고집'으로 1987년 이후 31년 만에 찾아온 개헌 기회를 헛되이 날려서는 안 된다. 현재로선 국회에서 합리적 대안을 도출해 개헌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 약속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개헌안을 밀어붙이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으로 충분해 보인다. 개헌 논의가 무산된 것은 한국당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이제 와 문제 삼는 것도 구차스럽다. 더는 개헌안 처리를 강행하는 모습은 '오기' 내지 '아집'으로 비치고, 지방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매도될 뿐이다. 새로운 개헌 논의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먼저 개헌안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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