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개인적인 걱정은 아니지만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스포츠 담당 부장을 하다 보니 생긴 직업병일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도 지역 프로 스포츠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야구 하나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했던 시민들은 이제 '대구FC 축구만도 못한' 삼성 라이온즈 때문에 곱절로 우울하다고들 한다. 그래도 바닥까지 추락했던 삼성은 최근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순위 반등을 꾀하고 있고, 보는 재미도 더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앞서 말한 걱정거리는 크게 보면 지역 프로 스포츠의 동반 부진이지만 직접적으로는 대구FC 문제다. 대구FC의 현재 K리그1 순위는 12위, 꼴찌다. 남은 기간에 치고 올라가 준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혹여 올 시즌을 이대로 끝낸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12위는 곧바로 K리그2(2부리그)로의 강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설사 한 단계 높은 11위로 마무리한다 쳐도 2부리그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해 강등될 수 있다.
11위든 12위든 강등되면 대구FC는 내년엔 2부리그인 K리그2에서 뛰어야 한다. 십수 년 동안 벼르고 별러 겨우 성사시킨 축구전용구장이 올 연말 문을 여는데 말이다. 개장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 축구전용구장은 자칫 개장과 함께 2부리그 전용구장으로 활용될 운명과 직면할 수도 있다. 물론 2부리그 팀에 전용구장이 있다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
내년 시즌 K리그1 홈 개막식을 축구전용구장에서 멋지게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 대구시와 대구FC의 장밋빛 계획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실컷 지어놓았는데 찾아오는 이가 없어 유령구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화병 유발자'가 될 수도 있다.
전용구장 자체도 문제지만 1천500여 명에 달하는 대구FC 엔젤클럽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2부리그에서 뛰더라도 대구FC를 지금 못지않은 열정으로 응원할 수도 있겠지만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처럼 대구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지역에 희망을 주고 있는 엔젤클럽까지 대구FC의 2부리그행과 함께 쪼그라들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이번 2부리그 강등은 지금까지의 강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구FC 꼴찌-2부리그 강등-축구전용구장 외면-엔젤클럽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대구 축구 참사'를 막기 위해선 달리 방법이 없다. 답은 딱 하나다. 1부리그 잔류.
물론 지금까지 1승밖에 챙기지 못한 꼴찌 전력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10위만 하면 된다. 물론 지난해처럼 8위나 올 시즌 목표였던 6위 내 상위 스플릿 진입에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10위는 해볼 만하다. 현재 10위 전남 드래곤즈와는 승점 5 차이기 때문이다. 10위 성적이 나쁘니 어쩌니 욕하는 것은 최소한 올해만큼은 사치다.
이제 10위 내 진입을 위해 대구FC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다행히 월드컵이다. 월드컵 휴식기 동안 선수단을 재정비해야 한다.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믿고 더 기다려 줄 여력이 대구FC엔 없다. 대구FC를 K리그1에 잔류시킬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과감하게 영입해야 한다. 정신 재무장도 필수다. 올 시즌이 끝이라는 각오로 모든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이것만이 대구FC, 대구 축구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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